지난달 30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 심의를 통과한 뉴라이트 성향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친일, 독재미화 등 역사왜곡 논란에 이어 사실관계 오류까지 나오는 등 파장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부에서는 교과서 검정합격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기술은 명백한 오류로 드러났다. 교학사 교과서는 1944년 여자정신대근로령 발표 이후 위안부 강제동원이 이뤄진 것처럼 기술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는 1930년대부터 전국에서 마구잡이로 이뤄졌다는 게 학계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정설로 인정돼있다. 이 대목을 집필한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혼란이 있다면 시정할 수 있다"고 사실상 오류를 인정했지만 교과서의 신뢰가 훼손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이 상투적으로 주장해온 식민지 근대화론을 반영한 흔적도 곳곳에 눈에 띈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지속될수록 근대적 시간관념은 한국인에게 점차 수용되어 갔다"고 서술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친일반민족행위가 드러난 육당 최남선, 인촌 김성수 등을 일방적으로 미화하고, 대표적 친일파인 박흥식 화신백화점 사장과 김연수 경성방직 창업주의 기업 활동을 독립운동인 것처럼 왜곡한 것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현대사 부분에서는 반공ㆍ보수 이념의 편협한 시각에서 기술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ㆍ16을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고 간단히 서술한 뒤,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하였다.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하였다. 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하였다"며 쿠데타를 합리화하는 대목을 장황하게 덧붙였다.
국편 심의 과정에서 교학사 교과서의 수정ㆍ보완 사항은 479건으로 함께 통과된 다른 교과서의 두 배에 달했다. 일반적인 학계의 시각과 다른 관점에서 서술했거나,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내용에 문제가 적지 않지만 이제 교과서 채택 여부는 학교 현장에 맡겨져 있다. 일선 학교들은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교과서를 선택해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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