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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리 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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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우리 선희

입력
2013.09.0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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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소재는 별스럽지 않다. 인물들도 특별하진 않다. 그런데도 유별난 재미가 있다. 삶을 통찰하는 관조가 있고 번뜩이는 해학이 있다.

홍상수 감독의 15번째 장편영화 '우리 선희'는 그의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물들의 생활 속 욕망을 들추고 사람 사이 관계의 그물망을 카메라에 포착한다. 등장인물들의 엉뚱한 듯하지만 사실 우리의 실제 모습이기도 한 행동들 보여주며 헛웃음 치게 한다. 가볍게 웃다 영화관을 나올 때 뒷목이 서늘해지는 기분은 여전하다.

영화 속 중심 인물은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선희(정유미)다. 오랜 시간 '잠수를 탔던' 그녀는 추천서 부탁을 위해 최 교수(김상중)를 찾는다. 오랜 만에 세상에 나온 그녀는 옛 연인 문수(이선균)와 만나 술을 마신다. 너무나 솔직한 추천서에 마음이 상한 선희는 최 교수에게 추천서 재작성을 요구하며 술을 마신 뒤 야릇한 시간을 나눈다. 문수와 최 교수는 선희와의 묘한 관계 때문에 재학을 찾고 재학은 이들에게 조언자 역할을 한다.

영화는 한 여자와 세 남자의 치정에 가까운 사연을 전개하면서 반복되는 일상과 삶에 잠복한 편견을 말하려 한다. 세 남자는 자기들만의 비밀을 간직한 채 모두 선희를 잘 안다 생각하는데 정작 선희의 진심은 그들도 관객들도 모른다. 홍 감독은 전작들처럼 우리의 평범한 삶이 지닌 평범치 않은 수수께끼를 제시한다.

담백한 이야기 전개와 화면 구성도 여전하다. 등장 인물들의 술자리 대화를 오래 찍기 형식으로 종종 보여주는데 마치 옆자리에 앉아 지켜보는 듯한 사실감을 준다. 배우들의 고른 호연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홍 감독의 저력이 새삼 느껴지는 작품. 12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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