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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9월 5일] 북한 대화공세의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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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9월 5일] 북한 대화공세의 노림수

입력
2013.09.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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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과 4월 한반도에서 전쟁분위기를 연출하던 북한이 5월부터 국면을 전환하고 대화공세를 퍼붓고 있다. 북한은 5월 말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방중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 주장과 함께 경제발전을 위한 평화로운 외부환경 조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 등 다양한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타당하게 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나아가 "조선은 정말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개선하고 싶다. 평화적인 외부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후 북한은 경제발전을 위한 평화적 환경조성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대화공세를 펴고 있다.

미ㆍ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인 6월6일 북한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상봉, 6ㆍ15와 7ㆍ4 공동행사 등을 의제로 한 남북당국대화를 전격 제의했다. 남측이 장관급회담으로 화답했지만 회담대표의 격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무산된 장관급회담은 개성공단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으로 되살아났다. 남과 북이 8월14일 개성공단 재가동에 원칙적 합의를 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를 끼웠다. 곧이어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9월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은 당초 제안했던 일정보다 일주일 늦은 10월2일 열릴 예정이다. 북한은 회담 연기를 제고하길 바라지만 우리 정부는 그대로 밀고나갈 기세다. 지금은 북한의 '속도전식' 대화제의에 우리 정부가 속도조절을 요구할 정도로 입장이 바뀌었다.

북한이 최근 대화공세와 평화공세를 부쩍 강화하는 데는 무엇보다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실험 이후 강화된 제재와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3월과 4월 노이즈 마케팅으로 '사실상의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5월부터 국면을 전환하고 대화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대화공세는 박근혜정부의 지지도를 높이는데도 한몫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6개월간의 국정운영에서 가장 잘한 분야가 대북정책으로 나온다. 북한의 전시상황 선포 등 전쟁위협에 맞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개성공단 잠정폐쇄에 대해 폐쇄불사의 배수진을 치고 강경 대응한 것이 '원칙고수'로 인식돼 높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이산가족상봉 합의가 이뤄진 직후에 여론조사가 이뤄져 착시효과도 일부 있을 수 있고, 북한의 위기조성전략의 반작용으로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남북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우리 측이 원칙을 고수하고 일관성을 유지하여 성과를 냈지만 회담의 성사과정에선 북측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는 8월26일자에서 남북관계개선의 돌파구가 마련된 것을 김정은의 용단과 전략적 리더십의 발현에 따른 대화공세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신보는 북한의 유연한 태도와 대화공세가 핵보유국의 자신감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선신보는 "비교우위를 차지한 측이 아량을 표시할 수 있다"고 하면서 3차 핵실험 이후 핵능력 향상이 남북관계 개선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최근 '강성국가건설과 인민생활향상을 총적목표'로 내세우고 평화로운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국방부장을 통해서 3자 혹은 4자회담 형태의 다자회담에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미국에 전하는 등 북ㆍ미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대화제안과 평화공세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대화제의와 평화공세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지고 제재를 풀기 위한 위장 대화ㆍ평화공세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행동으로 보이기 전에는 다자대화에 응할 뜻이 없어 보인다. 김정은 시대 북한이 진정으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위한다면 대화공세에 앞서 미사일과 핵 개발을 동결하는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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