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의 프레이팜 매립지는 1991년부터 5년간 과거에 묻었던 도시고형폐기물(MSW)을 다시 파냈다. 이중 56%는 연료로 에너지를 회수했고, 41%는 성토재로 활용해 토양으로 되돌려 보냈다. 다시 매립한 것은 타지 않는 폐기물 3%뿐이었다. 사용이 끝난 매립지를 다시 굴착해서 유용자원을 얻어내는 것인데, 가연성 연료나 건설폐자재는 물론 심지어 금속까지 회수한다. 이러한 사례는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 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1세기는 바야흐로 자원전쟁 시대다. 세계적인 미래 연구기관인 로마클럽은 40년 전 이미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에서 인구가 급증하는데 반해 부존자원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가용 부존자원의 양이 인구증가를 지탱할 수 없는 상황이 머지않은 미래에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자원의 수명을 석유 40년, 가스 58년, 구리 28년이라 예견하며 자원고갈의 심각성과 거대한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인간의 탐욕을 경고하고 있다.
지구촌의 모든 국가들은 이러한 위기를 뛰어넘기 위한 답을 '폐기물'에서 찾고 있다. 인간의 경제활동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다시 경제시스템으로 돌려 '자원순환'의 고리를 연결하려는 것이다. 그 시발점이자 중심에 '매립제로화' 정책이 있다.
독일은 2005년부터 생활폐기물이 처리되지 않고 바로 매립되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 결과, 2010년 이미 생활폐기물 발생량 대비 매립률이 0.42%를 기록했다. 2020년까지는 생활폐기물 매립지를 폐쇄한다는 계획이다. 1990년과 2000년대에 매립세를 도입한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스웨덴 등도 이미 매립제로화를 달성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0년을 기준으로 에너지의 96%와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2012년에는 에너지 수입에 지불한 외화가 총 1,838억 달러에 달할 정도다. 이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448억 달러, 자동차 453억 달러, 선박 381억 달러, 철강 369억 달러의 수출액 모두를 합친 금액보다도 큰 엄청난 액수다.
환경부의 '제4차 전국폐기물 통계조사' 결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폐기물 중 70%는 재활용이 가능한 유용자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립되거나 단순 소각되어 사라지는 폐기물 중에도 에너지 회수가 가능한 물질이 56%나 포함되어 있다. 이런 폐기물을 재활용으로 돌릴 경우 약 1조7,000억 원에 달하는 재활용시장이 새로 생겨난다. 국내 사업장폐기물 매립지 잔여 사용년수는 새로운 매립지를 짓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나 4년도 채 남지 않았다.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매립지 건설도 피해야할 미봉책일 뿐이다. 더 늦기 전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답을 '매립제로화'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은 시대적인 흐름이다. 대랑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되는 경제사회구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단순히 처리하거나 저부가가치 재활용을 유도하는 것에 그치는 현재의 폐기물 관련 법령으로는 한계가 있다. '단순처리'와 '재활용'을 넘어 이제는 '자원순환'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박근혜정부도 자원순환형 사회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며 우리의 후손들도 우리 못지않게 행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정부는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폐기물을 줄이고, 배출된 것은 최대한 생산단계로 되돌려 천연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자원순환사회의 실현을 앞당기고자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생산자, 재활용업계, 국민 모두의 마음을 담은 지혜로운 결단이 절실하다.
9월 6일은 '자원순환의 날'이다.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자원 절약과 자원순환에 대해 함께 생각하며 자원사랑과 나눔실천의 의미가 널리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정연만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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