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지도부가 3일(현지시간) 시리아 군사개입에 찬성하면서 미국이 다시 중동 문제에 무력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회가 9일 개원해 시리아 군사개입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타격 시점은 내주 중반 즈음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미국이 군사행동에 앞서 국제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군사조치의 적법성 문제가 본격 제기되고 있다. 반 총장은 "미국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군사조치 합의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더 이상 할 일이 없다고 말해선 안 된다"며 외교적 수단을 소진하지 않은 일방적 군사행동에 반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증거가 나오면 유엔 안보리의 군사조치 결의안에 반대하지 않고, 러시아도 (군사)행동에 동참하겠다"며 미국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친 시리아인 러시아가 버티고 있는 유엔을 우회해 시리아 공격에 나선다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여건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요구한 시리아 군사개입 결의안은 먼저 4일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투표에 부쳐진다. 민주, 공화 양당이 초당적으로 마련한 결의안이 통과되면 9일 상원 전체회의를 거쳐 하원에서 논의된다. 하지만 양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찬성하면서 결의안 통과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상원에선 민주당이 다수인데다 존 매케인 등 공화당 매파들이 찬성하고 있고,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에릭 캔터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가 찬성으로 돌아섰다. 다만, 미국이 세계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고립주의자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통해 결의안 통과를 막을 예정이다. 의원들이 중시하는 여론도 반대 의견이 비등해 결의안 통과까지 어느 정도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의회가 시리아 군사개입 결의안을 승인할 것으로 아주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권에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세계의 다른 적들인 이란과 북한에 나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소속 로버트 메넨데스 위원장과 공화당 소속 밥 코커 간사가 마련한 시리아 결의안은 지상군 파견을 금지, 사실상 미사일 공격과 전투기의 공습으로 공격방법을 제한했다. 군사개입 기간은 60일로 하되 30일 연장이 가능토록 해 최장 90일로 늘려줬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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