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천연 소금을 필로폰으로 속여 팔고 속아서 산 이들이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가짜 마약을 판 것은 사기, 산 것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다.
평소 미국에서 주위 학생들이 마약을 하는 것을 보고 부러움을 느꼈던 유학생 권모(21)씨는 방학을 맞아 국내에 들어왔다가 인터넷 카페 광고를 보고 지난달 20일 한모(24ㆍ중고차 매매업)씨로부터 필로폰 65만원어치(약 1.5g)를 사들였다. 권씨는 홍대 클럽에서 만나 친해진 미국 유학생 김모(21)씨와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필로폰을 흡입하기로 했다. 영화에서 본 대로 필로폰을 은박지에 올린 뒤 라이터로 가열해 빨대로 연기를 들이 마셨다. 그러나 기대했던 환각 작용은 느껴지지 않았고 연기 때문에 기침만 나왔다. 이들은 "역시 필로폰은 독해서 못 하겠다"며 흡입을 포기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이 한씨로부터 산 것은 필로폰이 아닌 소금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권씨 등은 자신들이 가짜 마약을 피운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가짜 마약을 판 혐의(사기)로 한씨를 구속하고 마약이라고 착각한 물질을 사 피운 혐의(마약류관리법위반)로 권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를 당해 실제 마약을 구입한 것이 아닐지라도 마약류를 구매할 의사가 있었다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 7월 24일~8월 26일 구매자 5명에게 겉보기에 비슷한 소금을 필로폰으로, 담배를 대마로, 밀가루를 LSD(환각제)로 속여 9차례에 걸쳐 398만원어치를 판 혐의다. 경찰은 한씨가 인터넷에 '작대기(주사기의 은어)를 판다'는 홍보글을 지속적으로 올린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한씨를 검거, 통화기록을 확인해 구매자를 적발했다.
한편 경찰은 한씨로부터 마약을 산 용의자 5명의 체모를 검사, 라모(35ㆍ여)씨 등 3명으로부터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이들 중 2명에게 진짜 마약을 판 마약 판매상 유모(41ㆍ무직)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유씨에게 마약을 산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한씨와 유씨 등으로부터 마약을 산 혐의를 받고 있는 나머지 구매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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