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3개월 정도를 머물다가 한국에 돌아온 소설 쓰는 선배와 점심을 먹었다. 선배의 얼굴에는 서울을 떠나기 전보다 훨씬 맑고 건강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선배님 얼굴 정말 좋아지셨어요"라고 말을 건네자, 선배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날그날 하고 싶은 것만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이번엔 어디를 산책할지, 그리고 점심때는 무엇을 먹을지, 그런 지극히 단순한 생각만 했다는 것이다. 그 복잡하지 않은 생활의 실천이 선배의 마음에 평온을 주었고, 그것이 육신의 컨디션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짐작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 선배의 라이프스타일을 알고 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직업도 없이 가끔 출판사로부터 일거리를 받아서 아르바이트를 할 뿐이다. 그러면서 꼭 필요한 만큼만 수입을 얻는다. 그리고 쓰고 싶은 소설이 있으면 소설을 쓴다. 출판사를 알아보지도 않는다. 누군가가 소문을 듣고 소설 좀 보여달라고 할 때 보여준다. 그러면서 자기 소설이 어떻게 읽힐까, 어떻게 평가 받을까 애면글면 하는 법이 없다. 그러다가 조금씩 절약했던 돈이 모이면 훌쩍 나라 밖으로 떠나는 것이다. 선배를 만나는 동안 단 한 번도 내가 선배로부터 가난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 것은 아마도 그렇게 허허롭게 즐길 줄 아는 자유로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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