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면 실시된 '영유아 무상보육'의 예산 문제로 정부와 주요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정부가 예산을 더 책임지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9월 정기국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압박하는 움직임이다.
참여연대, 참보육을 위한 한부모연대 등 7개 시민ㆍ노동단체는 3일 영유아보육예산의 국비지원 비율을 서울은 20%에서 40%로, 지방은 50%에서 70%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상임위(보건복지위)를 통과했으나, 이후 새누리당이 입장을 바꿔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들은 "정부 주도하에 추진된 무상보육에 대한 책임을 세원이 부족한 지방정부에 전가하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규탄한다"며 "무상보육 재정부족에 대한 무책임한 책임 공방 대신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경실련은 요구 수위를 한층 높였다. 경실련은 3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지자체 돈으로 선심쓰듯 추진했던 정책은 시정돼야 하고 이제는 국가전액부담이라는 원칙을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순창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은 "지자체에 권한이 없는 국고보조사업 예산은 전액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며 "보육예산의 40%마저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은 지방자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달 중 국고보조사업 예산의 국고비율 확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국회예산정책처도 '2012 회계연도 결산 부처별 분석'보고서를 내 영유아보육 예산의 국고 부담분 증액을 주문했다. 이 보고서는 "국고보전분을 제외하면 영유아보육법 예산의 지자체 실제부담액은 전년 대비 1,853억원(9.0%)증가했다"며 "합리적 수준으로 법정 국고 보조율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단 전체 복지사업의 국고-지방비 분담에 대한 국회의 논의를 지켜보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육예산분담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올해 서울시에 필요한 영유아보육 예산은 1조656억원이지만, 서울시가 책정한 예산은 6,948억원(국비 포함)으로 3,708억원이 부족한 상태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서울시가 추경예산(약 2,285억원)을 편성할 경우 국비로 1,423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추경 여력이 없다며 조건 없는 국비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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