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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장애 딛고 마침내 대학강단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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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장애 딛고 마침내 대학강단에 오르다

입력
2013.09.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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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사격선수가 척수장애인의 삶의 질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해 박사학위를 따고 대학 강단에 섰다.

주인공은 충북 청주시청 장애인사격팀 소속 유호경(49)선수. 유씨는 최근 '척수장애인 삶의 질 측정척도 개발'이란 논문으로 한국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은 척수장애인의 삶의 질을 측정하면서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쓰는 척도를 그대로 적용하는 현행 방식을 통박한다.

척수장애인의 특수성을 감안해 그들에게 적합한 측정척도를 별도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는 척수장애인 삶의 질을 측정하는 별도의 척도를 개발하고, 이 척도를 활용해 독립적인 장애집단과 의존적인 장애집단간 삶의 질의 차이를 검증해냈다.

유씨는 30대 후반이 다 돼서 늦깎이로 사격에 입문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애인 사격선수다. 1988년 군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그는 온몸이 마비됐지만 그냥 주저앉지 않았다. 재활치료로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자 장애인 체육에 도전했다. 2002년 처음으로 과녁 앞에 선 그는 2년 만인 2004년 아테네장애인올림픽 사격 결선에서 0.1점의 근소한 차로 아쉽게 은메달을 땄다. 2010년 세계장애인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 그 해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공기소총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04년부터 청주시청 장애인사격팀에서 활약중인 그는 한국체대 대학원에 진학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한 끝에 2008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곧 바로 박사과정에 도전, 5년여 만에 박사모를 썼다. 서울을 오가며 훈련과 시합, 공부 등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해내야 하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배움의 길을 향한 열정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이번 2학기부터 강의도 한다. 극동대 특수교육과에서 '특수체육'과목(3학점)을 맡았다.

"고된 훈련 속에서 짬을 내 공부하느라 학위를 받는 데 5년 이상 걸렸다"는 유씨는 "이번 박사학위 논문이 척수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세우고 펼치는 통계적 기준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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