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전시에 후방을 교란하기 위한 세부 준비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십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가 국회에 입성한 뒤 정부에 다수의 안보ㆍ기반시설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국가정보원이 적시한 혐의 내용의 상당 부분도 이들 자료의 활용과 연관돼 있다.
이 의원은 기본적으로 '정보의 보고'인 국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RO 조직원 윤모씨는 지난해 3월 당내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 의원 지지 결의대회에서 "(이 선배가) '앞으로 시대는 국회가 최전선이 될 거다'라고 얘기해주셨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국회를 혁명투쟁의 최전선으로 규정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3일 "지난해 전례없는 부정ㆍ불법경선 논란이 분당으로 치닫는데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고 혀를 찼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내란음모 의혹과 관련, 지난 5월 12일 RO 회합 당시 참석자들이 통신ㆍ전산망ㆍ기간시설 타격 등을 모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이원은 회합에서 "전쟁 상황에 대비한 물질적ㆍ기술적 준비"를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지역ㆍ부문별 토론을 통해 철도ㆍ통신 등 기간산업 타격, 주요 보안시설 위치 파악, 첨단ㆍ해킹기술 습득, 통신ㆍ도로망 파악 등을 결의했다. RO의 핵심 인사들은 토론 과정에서 "우리가 검토한 바에 의하면 (인천ㆍ평택의) 유류저장시설이 경비가 엄하진 않다", "무기고나 화학약품이 있는 곳들이 인터넷에 나와 있는 주소와 틀리다"는 등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공교롭게도 이 의원이 지난해부터 정부측에 제출을 요구한 각종 자료들과 오버랩이 되는 대목들이 적지 않다. 이 의원이 받은 자료에는 통신사의 네트워크 투자 현황, 전력공급 중단 시 방송ㆍ통신 대응 매뉴얼과 자가 전력 공급 대책 등이 포함돼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이미 RO 핵심 인사들과 이들 자료를 공유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의원은 특히 올 3월 초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을 전쟁이 임박한 신호로 판단, 전시상황에 대비한 군사기밀도 습득하려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이날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4월 국방부에 '한미 공동 국지도발 대비 계획'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다. 당시 RO 조직원들에게 연대조직 구성과 미군ㆍ레이더기지 정보 수집 등의 행동지침을 하달했던 때와 시기적인 연관성이 깊은 때다.
국방부는 "작전계획은 군사비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으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이 의원이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슴을 쓸어 내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비슷한 시기에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키 리졸브와 독수리연습 등 한미 합동군사훈련, 대형 공격헬기 도입 사업 등 우리 군의 전력 증강 관련 자료 제출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이 국회 내 공식회의에서 정부 당국자들에게 종북주의적 주장을 인정받으려 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4월 25일 정홍원 총리를 상대로 한 대정부질문에서 이 의원은 "북한 핵을 인정할 지 여부는 객관적인 사실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문제"라며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했다. 당시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외면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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