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이 조금씩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이전까지는 3남 조현상 부사장의 지분이 많았지만, 이젠 역전됐다. 형제간 지분경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사실상 장자승계 쪽으로 후계구도가 잡혔다는 해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가의 장남 조현준 사장은 지난 달 26~30일 효성지분 20만6,804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로써 그의 지분은 9.14%로 높아져, 3남 조현상 부사장(8.76%)을 앞질렀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조현준 사장의 지분은 조현상 부사장보다 1.29%포인트 가량 낮았지만, 이젠 뒤바뀐 것이다.
원래 효성의 지분은 최대주주인 조석래 회장 밑에 세 아들이 비교적 균등하게 보유하고 있었다. 때문에 후계구도 역시 가늠키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 2월 차남 조현문 ㈜효성 부사장이 경영에 손을 떼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변호사 출신의 조현문 부사장은 자신의 지분을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한 뒤 로펌행을 선택,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빠졌다.
이후 조현상 부사장이 ㈜효성 주식 30여만주 사들이며 지분을 8.76%까지 끌어올렸고, 곧바로 조현준 사장도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23만여주를 취득하며 지분율을 높였다. 외견상으로 보면 장남과 3남이 지분경쟁을 벌이는 모양새였고, 때문에 재계 일각에선 "후계 다툼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조 회장이 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들끼리 집안싸움을 벌이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효성은 대단히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이다. 조 회장의 스타일상 장자승계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 조홍제 창업주도 세 아들 가운데 장남인 조석래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줬으며, 조양래(현 한국타이어 회장)ㆍ욱래씨에겐 계열사를 맡겼다.
효성측은 "아직 후계를 언급할 것 상황이 아니다"며 최근 지분변동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조현문 전 부사장의 지분이 매각된 만큼, 경영권방어를 위해 다른 형제들이 지분을 높이는 차원이란 얘기다.
하지만 조현준 사장의 지분이 더 빠르게 높아지는 것은 결국 장자승계로 가는 과정이란 게 일반적 해석이다. 실제로 조현준 사장은 효성 뿐 아니라 계열사 10곳에 등기임원으로 올라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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