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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추상'보다 더 넓은 작품세계 최욱경에게 자기복제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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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추상'보다 더 넓은 작품세계 최욱경에게 자기복제란 없었다

입력
2013.09.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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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한 천재 화가 최욱경(1940~85)의 미공개작이 발표된다.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는 5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최욱경 개인전에서 유족이 보관해온 작품 1,000여점 중 회화 40여점과 드로잉 100여점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한국 색채추상의 선구자로 평가 받는 최욱경은 살아 있을 당시엔 평단으로부터 외면 받은 불행한 화가다. 1963년 미국으로 떠난 그는 당시 미국 미술계의 주요 사조였던 추상표현주의를 적극 수용, 강렬한 색채와 대범한 구성의 한국적 추상주의를 가지고 71년 귀국해 개인전을 열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2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간 최욱경은 79년 다시 귀국해 전시를 열었으나 이번에도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대중에게서 잊혀졌다. 최욱경에 대한 재평가는 85년 그가 마흔다섯의 나이로 작고한 뒤 몇 차례의 회고전을 통해 국내에 대표작이 소개되면서 비로소 이뤄졌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들은 '미국의 색채 추상회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화가'라는 단면적 평가를 벗어나, 예술가 최욱경을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갖고 있다. 대표작인 색채 추상화 외에 흑백 추상, 드로잉, 콜라주, 풍경화, 먹으로 그린 그림 등이 상당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화가의 드로잉 작품은 과거에도 일부 공개됐으나 모두 추상화를 그리기 위한 습작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미공개작 중에는 연작의 성격을 띤 인체 드로잉이 다수 포함돼 있어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콜라주에 직접 써넣은 글에서는 당시 그가 느꼈던 소외감, 현실과 예술적 열정 사이의 괴리, 사적인 로맨스를 짐작케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먹으로 그린 그림이나 붓글씨가 곁들여진 작품에서는 추상 회화에 한국의 전통 미학을 녹이려고 했던 시도도 엿볼 수 있다.

미공개작을 미리 본 김미경 강남대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작품들은 최욱경이 미국의 색채 추상 하나에서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며 "그는 미국에 있을 땐 팝아트, 추상 등 당대의 사조를 모두 섭렵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작품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어마어마한 작품 수도 화제다. 김 교수는 "1,000점 외에 유족이 보관하고 있는 작품이 더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 많은 작품 중 단 한 점에서도 자기복제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화가가 마지막까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가나아트센터는 1,000점이나 되는 작품 보관이 가능했던 것에 대해 "액자에 넣지 않은 상태로 보관했지만 트레이싱지를 그림 사이사이에 끼워 넣어 상태가 아주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2007년 국세청 인사 청탁 로비에 최욱경의 작품 '학동마을'이 오가는 등 불미스러운 일로 세간의 집중을 받게 된 것이 안타까워 고인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보여주고자 공개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욱경의 다양한 작품 세계가 공개되면서 그가 생전에 왜 평단의 외면을 받았는지에 대한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그간 최욱경은 아웃사이더로만 알려졌을 뿐 그 이유를 당시 국내 미술계 상황과 연결시킨 연구가 없었다"며 "70년대 국내 화단은 단색화가 주도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화가는 그 안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시는 가나아트센터 1,2,3 전시장에서 열린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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