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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20억명 공동체 만들자" 중국, 동남아 모시기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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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20억명 공동체 만들자" 중국, 동남아 모시기 한창

입력
2013.09.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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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국 남서부 광시(廣西) 장(壯)족 자치구의 최대 도시인 난닝(南寧). 남쪽으론 남중국해, 서쪽으론 베트남과 마주하고 있는 이 곳의 가로수는 높이가 15m나 되는 야자수다. 찌는 듯한 더위, 한낮이면 어김없이 퍼붓는 소나기, 작은 체구와 까무잡잡한 얼굴의 사람들 모습도 이국적 풍취를 더한다. 중국어 간판만 아니면 여느 동남아 국가와 다를 게 없다. 중국이 왜 이곳에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ㆍASEAN) 10개국과 함께 10년째 엑스포를 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6일까지 제10회 중국-아세안 엑스포와 제10회 중국-아세안 비즈니스 투자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난닝국제회의전시센터는 이날 중국의 오성홍기와 아세안 10개국 국기, 화려한 아열대 꽃들로 화려하게 장식됐다. 개막식은 양대 강대국(G2)이자 아시아 맹주로 떠오른 중국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좌우로 도열한 10개국의 지도자 맨 가운데 서서 내ㆍ외신 기자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그는 "중국은 아세안을 도울 수 있고, 아세안도 중국을 도울 수 있다"며 "우리가 서로 손을 잡고 협력하면 어떠한 도전과 위기도 극복, 상호 발전과 공동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이에 앞서 2일에는 각국 지도자와 연쇄 양자 회담도 가졌다. 그는 최고급 리조트 호텔인 리위안(荔園)산장에서 떼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통싱 탐마봉 라오스 총리,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 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 장즈셴(張志賢) 싱가포르 부총리와 잇따라 만났다. 한 자리에서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담을 열면서 중국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중국이 이처럼 아세안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던 이곳을 교두보로 삼아 아세안을 포섭하고, 중국 주도의 세계 최대 경제 공동체를 만들려는 전략에서 출발한다. 14억명에 가까운 중국과 6억명이 넘는 아세안 인구를 합치면 무려 20억명의 경제권이 된다. 그 효과는 이미 뚜렷하다. 중국에서 가장 낙후한 곳 중 하나였던 난닝은 중국과 아세안을 잇는 중심지로 부상하며 11년째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의 무역액도 2003년 547억달러에서 지난해엔 4,001억달러까지 확대됐다. 올 상반기 무역액도 전년 동기 대비 12.2% 상승한 2,105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엔 정치ㆍ외교ㆍ군사적 의미가 더 커져가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으로 포위망에 갇힌 중국으로서는 동남아 지역을 돌파구로 삼아 봉쇄를 뚫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본도 최근 동남아를 향한 구애에 적극 나서며 중국을 옥죄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미 아세안 10개국 중 7개국을 순방했다. 나머지 3개국도 내달 방문할 계획이다. 리 총리는 이에 맞서 지난달 29일 베이징(北京)에서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들을 초청, 특별외교장관회의를 열었다. 아세안을 자기 편에 두기 위한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의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아세안을 향한 중국의 매력공세(Charm Offensive)가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이 강대국 외교뿐 아니라 주변국 외교를 중시하며 지역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때"라고 밝혔다.

난닝=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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