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5일 개막되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가 최근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들과 맞물리면서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G20 회원국 중에선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의 망명 문제로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던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 해법을 놓고 가장 큰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G20 회의에서 시리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방국가들의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리아 문제는 G20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대규모 사상자를 낸 화학무기 사용 의혹 및 국제사회 대응 등을 놓고 막후 공방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가디언의 전망과 달리 현재 시리아 사태에 있어 수세에 몰린 쪽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다. 이들 나라는 "알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했다"며 군사 개입을 공언해 왔지만 영국 의회에서 시리아 제재안이 부결되고 독일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마저 불참 의사를 밝히자 주춤하는 모양새다. 미국이 G20 회의에서 시리아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는 한결 여유로운 입장이다. 로이터통신은 1일 "지난 6월 G8 정상회의 때만 해도 왕따에 가까웠던 푸틴 대통령이 G20에서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입지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회의 기간 러시아 인권단체 활동가 및 동성애자들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미ㆍ러 관계가 한층 껄끄러워질 전망이다. 이는 러시아가 스노든의 임시망명을 허가한 데 대한 조치로, 동성애 통제정책을 펴고 있는 푸틴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은 G20 회의 기간 다른 나라 정상들과 개별 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푸틴과의 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신흥국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을 둘러싼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 간 신경전도 예상된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2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부정적 효과들이 G20 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첫 다자간 외교무대인 이번 회의에서 미국에 양적완화 축소를 늦추도록 압박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의 영향력 제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또 22일 총선을 치르는 독일 역시 국제 이슈보다는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한국ㆍ중국으로부터 정상회담을 거부당한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 문제와 자국내 우경화 행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부정적 시각을 감안해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쿠릴열도 반환 논의가 비중 있게 다뤄질 러ㆍ일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문제를 거론하고 나설 경우 일본으로선 곤혹스런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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