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은 온통 시리아에 빠져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시리아 정부에 대한 군사개입 동의를 구하는 의회 로비에 전력을 기울이면서다. 현지시간 2~3일에는 정ㆍ부통령은 물론 외교, 안보, 국방, 정부의 책임자들이 모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 제임스 클래퍼 국가안보국(DNI) 국장이 투입됐다. 의원 면담, 전화 설득, 화상브리핑 등 로비 방법은 죄다 동원됐다. 전례가 없는 이런 방식의 로비에 벌써 미식축구 공격전략인 '플러드 더 존(flood the zone)'이란 이름이 붙었다. 어느 한 방향에 선수들을 과도할 정도로 집중 배치해 상대방을 압도, 승리를 쟁취하는 이른바 올인 전략이다.
오바마는 2일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3일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위해 러시아로 출국하기 앞서 상하 양원 외교ㆍ정보ㆍ국방위 소속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설득했다. 외교ㆍ안보ㆍ국방팀이 주도한 2일 전화 브리핑에는 전날 83명보다 많은 127명의 의원들이 참석했다. 5~6일에도 상하 양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이 예고돼 있다. 가장 바쁜 로비스트가 된 케리, 헤이글, 뎀프시 등은 3일에도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했다.
의회 분위기는 여전히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리아 군사개입 결의안 통과의 열쇠를 쥔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다수 의원들은 대체로 군사조치에 반대하거나 백악관이 낸 전쟁 결의안의 내용을 보다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유일한 성과는 지난 2년간 오바마의 시리아 정책을 비판해온 매케인 의원의 지지 선언이다. 그는 백악관 회동 뒤 "의회가 군사개입에 반대하면 미국과 미국의 신뢰도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오바마의 원군을 자처했다.
오바마 팀의 의원 설득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도 공개되고 있다. 시리아 군사공격 시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리트가 군 자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훈련시킨 시리아 반군 50명이 처음 전투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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