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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초등학교 5학년 김준대 학생 세상으로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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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초등학교 5학년 김준대 학생 세상으로 나서다

입력
2013.09.0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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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서울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전국 특수교육 정보화대회. ‘청소년 정보화 캠프 개최 안내장을 1시간 안에 만들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항상 누워 지내야만 할 정도로 몸이 불편한 김준대(29)씨는 ‘헤드마우스’라는 특수장비를 이용해 안내장을 만든다.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 커서를 움직이고 입에 문 호스에 숨을 불어넣어 화면 속 자판을 누르는 식이다. 연신 숨을 불어내느라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호흡이 가빠진다. 마음대로 글자 입력이 잘 되지 않을 때는 탄식이 절로 난다. 일반인이 대여섯자를 입력할 시간에 간신히 한 자를 입력할 정도의 속도인지라 채 완성을 하지 못했다. 대회가 끝났지만 김씨는 아쉬움에 모니터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김씨는 태어날 때부터 원인도 모르게 무릎과 엉덩이 관절이 굳어 일반 휠체어를 탈 수도 없고 손발도 움직이지 못하는 1급 지체장애를 갖고 있다. 그런 김씨가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전날 전남 무안의 땅끝마을에서 구급차로 300여㎞를 이동해 난생처음 서울에 도착했다. 김씨는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알고 싶어, 경험을 쌓기 위해 나왔다”고 서울나들이를 감행한 이유를 밝혔다.

또래들은 이미 사회에 진출했지만 김씨는 아직 초등학교 5학년이다. 김씨의 부모가 장애에 대한 편견으로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해 학교에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씨는 스물다섯 살까지 줄곧 외딴 바닷가의 집에 누워 TV를 통해서만 세상을 접했다. 두 남동생이 모두 대학에 진학한 뒤에야 부모를 수 차례 설득해 결국 학업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김씨는 2009년 전남 함평의 특수학교인 함평영화학교 재택순회학급에 입학했다.

간신히 한글을 읽는 정도였던 김씨는 일주일에 두 번 40분식 3교시에 걸쳐 담임교사 류환조(51)씨의 방문수업을 받으며 초등학교 5학년다운 지식을 쌓았다. 류 교사는 “김씨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지식을 흡수했다”고 말했다. 2010년에는 학교에서 지원한 컴퓨터를 통해 당당히 인터넷 세상에도 들어섰다. 처음에는 헤드마우스 사용법이 익숙지 않았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으로 금세 극복했다. 지난해부터는 교육부 산하 국립특수교육원이 준 스마트패드를 통해 관심사인 경제와 컴퓨터 관련 원격학습도 받고 있다. 김씨는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뒤에 고향의 농ㆍ특산물을 거래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담임교사는 “지난해 볼라벤 태풍으로 집 지붕이 크게 파손돼 김씨는 빨리 돈을 벌어 집을 사고 싶어한다”고 귀띔했다.

대회를 주최한 국립특수교육원 김은주 원장은 “이 대회가 김씨처럼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IT기기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장애 학생들을 도움을 줘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특수교육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복지대 등이 주최하고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제9회 전국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와 함께 4일까지 열린다. 전국 특수학교ㆍ학급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1,500여명이 참여한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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