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육사 11기 동기생으로 대통령직까지 이어받은 절친한 사이다. 이들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 1997년 내란죄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유죄 선고와 함께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전씨에게는 2,205억 원, 노씨에게는 2,628억 원이 선고됐다. 16년이 지난 지금 전씨는 거의 대부분인 1,672억 원을 내지 않았고, 노씨는 상당액을 납부하고 230억 원이 남아있었다.
노씨는 오늘로써 미납 추징금을 완납하고 오랜 추징금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 옛 사돈인 신명수 신동방그룹 전 회장이 80억 원을 그제 대납했고, 나머지 150억 원은 동생 재우씨가 오늘 납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노씨가 사돈과 동생에게 맡겨놓은 비자금을 대신 내는 형식이다. 노씨 측의 결심은 자발적이라기보다는 여론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성의를 보여준 셈이다.
반면 전씨의 경우 어제 차남 재용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친인척과 측근에 이어 직계가족까지 전씨의 비자금과 은닉재산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됐다. 재용씨는 구속된 외삼촌 이창석씨로부터 땅을 불법 증여 받고 미국에 여러 채의 부동산을 샀는데 여기에 전씨의 비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만간 장남인 재국씨도 검찰에 소환될 처지다. 하지만 전씨 측은 여전히 추징금을 자진 납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전씨 자녀들이 800억 원을 자진 납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왔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미 전씨 일가의 재산 상당액이 전씨가 빼돌린 비자금으로 조성됐거나 해외에 은닉된 정황이 드러났다. 어차피 이들 재산이 검찰 수사로 압류될 거라면 스스로 납부하는 편이 실추된 명예를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는 길이다. 올해로 82세인 전씨는 속죄하는 자세로 자녀들을 설득해 남은 재산이라도 조속히 국가에 내도록 해야 한다.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가족이라면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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