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름다운 슈베르트를 내 나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소개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값진지 몰라요. 자연미 넘치는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한 슈베르트가 얼마나 위대한 작곡가인지도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됐고."
피아니스트 백건우(67)씨가 슈베르트를 주제로 독주회를 연다. 백씨는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가운데 라벨과 라흐마니노프, 포레, 부조니, 베토벤, 리스트 등 한 작곡가씩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연주회를 열어 왔다. 요즘 몰두해 있는 작곡가는 슈베르트다. 6일 서울 강동아트센터, 7일 여수 예울마루, 10일 대구 아양아트센터를 거쳐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대미를 장식하는 일정이다. 4개의 즉흥곡과 '음악적 순간' 2, 4, 6번, 3개의 피아노 소곡을 작품 번호 순서가 아닌 음악의 흐름에 따라 노래하듯 엮어 "피아노로 들려 주는 독창회" 같은 프로그램이다. 7월 프랑스 라 로크 당테롱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것과 동일한 레퍼토리다.
3일 만난 백씨는 "연습을 하면서 음악을 하는 자체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에는 음악을 새롭게 개척하는 데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슈베르트라는 작곡가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됐지. 음악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보이는 게 많아지고 표현할 게 많아져 연습은 예전보다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8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10세 때 첫 독주회를 열었던 백씨는 뉴욕 줄리어드음악원에서 로지나 레빈을, 런던에서 일로나 카보스, 이탈리아에서 귀도 아고스틴과 빌헬름 켐프를 사사했다. 부조니 콩쿠르(1961) 등 연이은 국제 콩쿠르 입상으로 세계 무대 진출의 발판을 쌓고 프랑스에 정착해 프랑스의 유력 음악지 '디아파종'이 선정하는 디아파종상과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은 한국의 대표 피아니스트다.
그는 한평생을 피아노와 함께해 왔지만 이번 공연을 앞두고 슈베르트 음악 악보를 새로 구입했다고 한다. "듣는 사람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끼려면 나 자신이 그렇게 느껴야 하기 때문"이란다. " 자주 악보를 일부러 새로 사. 내가 악보에 적어놓은 게 신경 쓰이기도 하고. 처음 볼 때 이 곡을 어떻게 볼까, 그런 시점으로 다시 공부하고 싶은 것도 있고."
스스로를 "앞으로도 발전해야 할 연주자"로 묘사하는 그는 "미술품을 조각하듯 수백 개, 수천 개의 작은 알갱이를 떼어 내야 형체가 나오는 게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계속 배움을 더하지 않으면 죽은 연주지. 피아노는 천둥 같은 소리부터 가냘픈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까지 내는 악기니 육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피아노의 소리를 끌어내지 못하고 소리를 강요할 때도 많은 것 같아."
늘 그렇듯 앙코르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관객의 기호에 맞춘 앙코르로 환호는 쉽게 끌어낼 수 있겠지만 나는 앙코르로 환영 받고 싶지는 않아요. 내가 사랑하는 작품, 특히 슈베르트를 선사했을 때 관객이 그 안에서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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