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행을 하거나 깨치거나 상관없이 본래 부처이지요. 이것을 아는 것을 수행이라고 하고, 깨쳤다고도 합니다.”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승이자 조계종 원로의원인 고우(76)스님은 지난 2일 저녁 (조계종출판사 발행) 발간에 맞춰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책은 고우스님이 2004~2005년 스님과 재가자를 대상으로 했던 강의를 묶은 것으로 육조 혜능(638~713) 대사의 열반 1,300주기(9월 7일)에 맞춰 펴냈다.
고우스님은 “ 등 선어록은 많이 나와 있지만 내용이 너무 어렵다”며 “혜능 대사의 법문집인 은 불교의 핵심을 쉬운 말로 정확히 표현해 부처님 제자 어록 가운데 유일하게 ‘경(經ㆍ수트라)’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가야산 호랑이’ 성철스님은 참선 수행자들에게 다른 책은 읽지 못하게 했지만 이 경만은 꼭 공부하라고 권했고, 마오쩌둥도 가까이 두고 애독했다고 한다.
혜능 대사는 당나라 때 고승으로 문자를 배우지 못한 채 나무꾼으로 살다가 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ㆍ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는 구절을 읽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출가해 단박에 깨치고 달마대사로부터 내려오는 중국 선맥의 여섯 번째 조사가 됐다. 혜능의 법맥은 한국의 구산선문과 조계종 등으로 이어졌다. 조계종과 조계사의 ‘조계’는 혜능 대사를 상징한다.
고우스님은 “사람들은 내 본래 모습은 없는데 ‘나’라는 것이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고, 대립하거나 투쟁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속에 있다고 말한다. 이 경전이 바로 ‘인류의 행복지침서’란다.
스님은 “경전의 전체 내용이 양변(兩邊)에 집착하지 않고 초월하는 중도(中道)에 대한 것”이라며 “중도를 깨치면 모두 평화롭게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도를 깨달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집에 있어도 출가한 사람이지만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었더라도 부처님 말씀을 따르지 않고 다른 생활을 한다면 출가라 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평생 참선의 길을 걷고 있는 고우스님은 1961년 경북 김천 청암사 수도암으로 출가한 뒤 근대 선지식인 향곡, 성철, 서옹, 서암 선사에게 두루 참문했다. 현재 봉화 문수산 금봉암에 주석하며, 간화선의 생활화와 사회화에 주력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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