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속옷쇼'를 펼쳐 유명세를 탄 헨릭 스텐손(스웨덴)이 이번엔 실력으로 골프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스텐손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인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페덱스컵 랭킹 1위로 올라섰다. 남은 플레이오프 2개 대회 성적에 따라 1,000만 달러(약 110억원)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스텐손은 3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보스턴 TPC(파71ㆍ7,214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6타를 몰아쳤다. 최종 합계 22언더파 262타를 적어낸 스텐손은 페덱스컵 랭킹 1위로 70명이 겨루는 플레이오프 3차전 BMW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BMW챔피언십은 12일 미국 일리노이주 컨웨이 팜스 골프장에서 열린다.
스텐손은 2009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4년만이자 PGA 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 144만 달러(약 15억8,000만원)를 챙겼다.
그는 "이런 좋은 결과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나의 중요한 목표였다. 모든 것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스텐손은 2001년부터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에서 뛰며 통산 6승을 거뒀다. 2007년 한 때 세계랭킹 5위에 자리하기도 했다.
스웨덴 출신이지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살았던 그는 중동에서 열리는 대회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PGA 투어에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전, 그 해 2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스텐손이 유명해진 계기는 2009년 3월 WGC CA 챔피언십에서의 '팬티' 사건을 일으킨 이후다. 당시 1라운드 3번 홀(파4)에서 티 샷을 러프 왼쪽 호수의 진흙밭으로 날린 스텐손은 여성 캐디 앞에서 팬티 만 걸치고 샷을 했다. 옷을 더럽히기 싫었다는 것이 '스트립쇼'의 이유였다.
스텐손의 속옷 샷 사진은 전 세계에 퍼졌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그에게 속옷을 선물해 화제가 됐다.
2009년 5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한 스텐손은 이후 부상 등으로 슬럼프에 빠지면서 세계랭킹이 20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지난해 EPGA 투어 남아공오픈 챔피언십에서 모처럼 정상에 올라 부활의 조짐을 보인 그는 올 해 브리티시오픈 준우승, PGA 챔피언십 3위 등 메이저대회에서 선전한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이맘때 100위를 넘었던 세계랭킹도 1년 사이 껑충 뛰어올라 10위에 진입했다.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는 스텐손에 2타 뒤진 2위(20언더파 264타)를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던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공동 4위(17언더파 267타)로 떨어졌다. 우즈는 공동 65위(4언더파 280타)로 이번 대회를 마쳐 페덱스컵 랭킹 2위로 밀려났다. 배상문(27ㆍ캘러웨이)은 이 대회에서 컷 오프됐지만 페덱스컵 랭킹 67위에 올라 다음 라운드에 합류했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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