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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도 세월 앞에선…

입력
2013.09.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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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은 최근 US오픈 테니스 개막을 앞두고 테니스 전문가들에게 우승후보와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선수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11명의 전문가들 중에서 8명이 라파엘 나달(27ㆍ스페인)의 우승을 점쳤고, 2명이 톱 랭커 8번 이내 시드 배정자 중에서 로저 페더러(32ㆍ스위스)가 가장 힘든 싸움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더러의 가시밭길에 표를 던진 이는 메이저대회 여자복식에서 20번 우승한 팜 슈라이버와 ESPN 테니스 담당 그렉 가버 기자다.

페더러가 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 킹 국립테니스센터 내 루이스 암스트롱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단식 16강전에서 토미 로브레도(31위ㆍ스페인)에게 세트스코어 0-3(6-7 3-6 4-6)으로 완패했다. 페더러는 이로써 2003년 데이비드 날반디안(31ㆍ아르헨티나)에게 1-3으로 무너진 이후 10년 만에 US오픈 8강 진출에 실패했다. US오픈에서 0-3 완패도 2002년 16강전 이후 처음이다.

반면 클레이코트 전문가 로브레도는 페더러를 2002년 처음 만나 10전 전패를 당하다가 이번에 첫 승을 올렸다.

페더러는 이날 패배로 많은 것을 잃었다. 2002년 이후 처음으로 11년만에 4대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쓴 잔을 들이켰고, 지미 코너스(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41번째 메이저대회 8강 진출 기록도 무산시켰다.

불운이 페더러를 집어 삼켰다. 로브레도가 잘해서가 아니라 페더러가 자멸해서 진 게임이었다.

경기는 당초 메인 코트 아쉬 애서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악몽의 전조였을까. 5시간 가까이 내린 폭우로 대회 조직위원회는 페더러-로브레도의 경기를 루이스 암스트롱 코트로 옮겼다. 페더러가 루이스 암스트롱 코트에서 시합을 하기는 2006년 이후 처음. '테니스 황제' 페더러가 메인 코트가 아닌 곳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더구나 루이스 암스트롱 코트는 페더러에게 안 좋은 기억이 있다. 2000년 US오픈 데뷔전에서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에게 1-3으로 진 곳이기도 하다.

낯선 환경 탓인지 페더러는 실수를 남발했다. 평소 가공할 위력을 뽐내던 페더러의 포핸드샷은 연신 코트 밖으로 벗어났다. 43개의 에러는 상대보다 17개나 많았다. 페더러는 그러나 1세트 이후 16번의 브레이크포인트 기회를 맞이해 전세를 뒤집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페더러는 이중 2개(13%)만 성공시키는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반면 로브레도는 2,3세트에서 12번의 브레이크포인트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다. 로브레도는 자신이 맞이한 7번의 브레이크포인트에서 4번(57%)을 점수로 연결시켰다.

페더러는 경기 후 "나를 상대로 경기를 한 것 같다"라며 자멸을 인정했다. 그는 나달과의 8강 대결을 희망하는 팬들의 바람도 날려 버린 데 대해 "내가 이런 식으로 경기를 한다면 나달을 이길 수가 없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페더러는 올 시즌 12패째를 당했다. 이중 톱10랭커가 아닌 '한 수 아래'로 여긴 선수들에게 패한 것만 6번째다. 그만큼 페더러의 '조기 은퇴설'에 무게를 싣는 평이 지배적이다. 존 맥켄로는 "페더러의 오늘 경기를 지켜봤지만 믿을 수가 없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페더러는 하지만 이날 패배에도 랭킹 6위로 한 계단 뛰어오를 예정이다.

페더러의 맞수 나달은 필리프 콜슈라이버(39ㆍ독일)를 맞아 3-1(6-7 6-4 6-3 6-1)로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올랐다. 나달의 올시즌 하드코트 19승째다. 2010년 우승 이후 3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나달의 8강 상대는 로브레도다. 나달은 지금까지 로브레도를 6번 만나 전승을 거뒀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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