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해룡농공단지 조성을 놓고 석산개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업 부지가 90% 이상 암반으로 이뤄진데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이 '개발 가치가 없다'며 포기한 땅임에도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나서 수백억원대 석산개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됐다.
순천시는 고압용기 제작업체인 금령(주)이 순천시 해룡면 호두리 일대 14만5,241㎡에 농공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이 사업에는 사업비 229억원이 투입되며 올해 착공해 2016년 6월 완공할 계획이다. 사업은 민간자본에 의한 실수요자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금령은 지난해 7월 창업해 영업 실적이 전무한 회사로 설립 3개월 뒤인 10월에 순천시와 제조 및 생산 공장설립에 관한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공단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사업 부지는 대우건설에서 개발 중인 해룡제2산업단지와 연접한 '배부락산'으로 불리는 바위산이다. 경사가 심하고 대부분 암반으로 형성돼 지형상 개발이 곤란한 지역이다.
광양경자청이 당초 해룡2산단에 포함시킬 계획이었으나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시켰던 곳이다. 2011년 경제자유구역에서도 해제됐다. 공단을 조성하는데 수년이 걸리고 장기간 발파로 인한 진동과 소음 분진 등으로 민원발생이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광양경자청이 순천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광양경자청 산단조성과 관계자는 "해룡2산단은 포스코 마그네슘공장의 전후방 연관업체와 자전거 생산업체 정밀 전자 기계 등 업종을 유치할 계획인데 장기간 경기침체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배부락산이 개발되면 장기간 발파로 기업 유치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62%의 공정을 보이고 있는 해룡2산단은 최근 분양에 들어갔으나 현재까지 희망 입주업체가 없는 상태다.
예정부지 인근 구상·통천마을 주민들이 반발도 만만찮다.
주민들은 개발업체가 주최한 주민설명회를 두 차례나 무산시키면서 집단 반발하고 있다. 통천마을 주민 강모씨는 "해룡산단 조성으로 마을이 없어졌는데 이주단지 옆에 또 개발이 되면 주거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녹지공간을 없애는 배부락산 개발은 당장 중단돼야한다"고 성토했다.
특히 사업 부지에는 400만㎥ 이상의 암반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업자가 석산을 개발해 토사와 골재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당장 공장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수개월내 공장을 지어 가동할 수 있는 해룡산단을 바로 옆에 두고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석산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곳은 지역의 골재생산 업체들이 눈독을 들여왔고 개발을 위한 인·허가 시도가 꾸준히 있었다. 10여년전에는 모 건설회사가 토취장으로 개발해 골재를 생산하기도 했다.
이곳 사정에 밝은 업체 관계자는 "배부락산 일대는 골재만 팔아도 사업성이 있는 곳으로 순천시와 개발업체가 표면적으로는 농공단지 조성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석산개발과 골재채취를 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경자청과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순천시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순천시 관계자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기업이든 투자유치를 해야 한다"며 "전남도 영산강유역환경청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들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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