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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9월 4일] 대한민국에 '꿈'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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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9월 4일] 대한민국에 '꿈'은 있는가

입력
2013.09.0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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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50년하고 1주일 전, 1963년 8월28일,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링컨 기념관 계단에서 25만여 명의 시위대를 향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명연설로 미국의 인권 운동사뿐 아니라 미국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비탄과 증오로 가득 차 있는 잔을 들이키는 것으로 우리의 자유를 향한 갈증을 해소하려고 하지 맙시다"라는 명언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적처럼 '억압받는 자와 억압하는 자 모두에게 똑같이 구원의 길'을 제시하였다. 킹 목사의 연설은 미국을 깨어나게 했고, 과거에 대한 자성을 기반으로 결국 변화의 결정적 촉매제가 되었다.

하지만 킹 목사의 '통합을 향한 꿈'은 그냥 저절로 나온 것은 아니었다. 킹 목사의 연설이 있기 100년 전,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1월1일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선언을 했고, 대통령 당선 이후 링컨은 공화당 인사들의 엄청난 반대에도 무릅쓰고 자신을 변호사 시절부터 '긴 팔 원숭이'이라고까지 무시했던 에드윈 스탠턴을 육군장관에 임명, 결국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러한 '통합을 향한 꿈'의 전통은 오바마 대통령에게까지 이어져 경선 당시 최대 정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상원의원과 부시 행정부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까지 초대 내각에 과감하게 포용하여 말 그대로 '통합을 향한 꿈'을 실현시켰다.

그러면 킹 목사의 역사적 연설 후 50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단행 150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의 '꿈'을 노래하고, 갈등이 치유가 되기는커녕 소위 '저주의 굿판'이 아직도 우리의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선출한 대통령들을 동물의 이름으로 부르고, 어느 현직 야당 국회의원은 아예 현직 대통령을 '귀태(鬼胎)의 후손'으로까지 폄하했다.

공안당국이 최근 주장하는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현역 국회의원이 "인터넷 사이트를 보면 사제폭탄 사이트가 굉장히 많이 있다…보스턴 테러에 쓰였던 이른바 압력밥솥에 의한 사제폭탄에 대한 매뉴얼 공식도 떴다"라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한 가지 이데올로기만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집단사고'로 인해 '무오류(無誤謬)의 환상'에 빠져 있어 평범한 시민들의 건전한 비판조차 무시하고 있는 황당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63년 전 '보도연맹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전쟁이 나면 전향한 좌익세력도 학살당했으니까, 현대판 보도연맹 사건에 대비해서 소위 '물리적 준비'를 하자는 것이고, 이러한 '물리적 준비'는 내란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 논리적으로 너무 엉성한 그들의 주장이 설사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미래에 대한 예지력으로 무장한 진정한 의미의 진보세력이 아닌 현재의 상황마저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과거의 허망한 틀에 묶여 있는 세력일 뿐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사건은 통합진보당 사건이고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은 별개의 건이다. 통진당 사건이 아무리 호재라고 하더라도 국정원이 혹시라도 정치개입 등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본적 가치를 존중하지 않았다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국민들은 국정원에 대한 개혁을 줄기차게 요구할 것이다. 결국 통합진보당 사건과는 별 건으로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하고 그것이 오히려 앞으로 국정원이 진정으로 개혁되고 거듭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보수 세력과 진정한 진보 세력은 대한민국의 '꿈', 즉 국민들이 일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다시 빈곤층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며, 이러한 빈곤이 대물림되지 않게 하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방안을 놓고 서로 선의의 경쟁과 협조를 동시에 해야 한다. "대한민국에 도대체 정의 비슷한 게 있느냐"는 저축은행 피해 할머니들의 피맺힌 절규가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에 도대체 꿈 비슷한 게 있느냐"는 험악한 이야기를 우리는 계속 들어야 할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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