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인천 동구 송림동 동산중학교 인근 주택가. 슬레이트 지붕이 잔뜩 깨져있거나 굳게 닫힌 대문 앞에 쓰레기들이 담처럼 쌓여있는 집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인적이 끊긴 집 벽에는 검거나 붉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번지수와 각종 도형들이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빈집임을 알리는 표시다.
단층 주택과 저층 빌라가 밀집한 이 동네는 몇 년 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구역(금송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조합이 설립되고 지난해 1월 사업 시행인가도 받았다. 하지만 계속된 부동산 한파로 최근 정비사업은 사실상 멈춰 섰다. 정비사업이 언제쯤 궤도에 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폐가만 늘었다. 금송구역의 공·폐가는 현재 150여 곳이며 인천지역의 정비사업구역 내 공·폐가는 850여 곳에 이른다. 이중 460여 곳이 중·동구에 몰려 있다.
인천시는 쓰레기 적치 등으로 도시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붕괴 등 안전사고 위험도 높고 우범지대로 변할 우려가 있는 공·폐가 철거를 골자로 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인천시는 소유자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도 안전사고 등의 우려가 있는 공·폐가에 대해 사업시행자를 대신해 구청장이 철거 등 행정대집행을 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의 개정을 건설교통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행 도정법에 따르면 붕괴 등의 위험이 있어도 사업시행자만이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철거할 수 있었다.
시 관계자는 "정비구역의 공·폐가는 소유자의 문제로 사실상 방치돼 왔다"며 "안전사고 등이 우려되는 공·폐가에 대해 철거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를 위해 빈집 철거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체의 60% 범위 내에서 구청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 재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자금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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