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3일 소환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49)씨의 신분을 피의자로 못박았다. 압수수색 등 본격 수사착수 50일 만에 자녀들 중 첫 소환자가 된 재용씨는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하고,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이용해 해외 부동산을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이날 재용씨를 불러 재산증식 과정과 비자금의 연관성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우선 탈세 혐의는 앞서 구속된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62)씨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검찰에 따르면 재용씨는 외삼촌인 이씨 소유의 경기 오산시 토지를 시세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넘겨받는 등 사실상 땅을 증여 받고도 이를 매매로 가장해 45억여원의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조세포탈)를 받고 있다.
이씨는 2006년 12월 시세 200억원 상당의 오산시 양산동 땅 1만6,500㎡(5,000평)를 재용씨 소유 법인인 삼원코리아에 13억원에 파는 것처럼 신고하고, 26만4,000㎡(8만평)를 비엘에셋에 25억원에 파는 것처럼 꾸며 법인세 59억원을 탈루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19일 구속됐다. 검찰은 재용씨를 이씨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또 이씨가 같은 시기 양산동 토지 일부를 측근인 박모씨 관련 건설사 엔피엔지니어링에 파는 과정에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양도소득세 65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이 같은 부동산 매매과정을 통해 챙긴 거액의 차익을 재용씨를 비롯한 조카들, 즉 전 전 대통령의 자녀들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으며 양산동 토지를 모두 압류했다.
검찰은 특히 재용씨가 이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약 20억원을 사용한 혐의(범죄수익은닉)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여러 재산관리인이 차명 주식계좌를 이용해 세탁한 비자금을 2006년 현금화 했으며 재용씨가 이 돈을 넘겨받아 오산 땅을 산 것으로 보고 자금원천 규명에 수사력을 모아왔다.
지난달 시행된 ‘전두환 추징법’(개정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따르면 불법재산으로부터 유래한 재산은 당사자 외의 사람을 상대로도 몰수할 수 있다. 재용씨의 자금원천이 비자금으로 확정될 경우 추징금 환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검찰은 또 재용씨가 비자금으로 부인인 탤런트 박상아(41)씨 명의로 미국 애틀랜타와 로스앤젤레스에 각각 36만달러, 224만달러 상당의 주택을 매입해 차명보유했다는 의혹(외국환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장모 윤모씨와 처제, 31일 부인 박씨를 차례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했다.
이밖에도 재용씨는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보안업체인 웨어밸리의 미국법인에 20만 달러 이상을 송금한 의혹, 이 회사 증자과정에서 비자금을 동원한 의혹, 비자금으로 30억원 상당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빌라 3채를 구입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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