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추정 405명… 전재국씨, 30대기업 오너일가도 포함
국세청이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와 관련된 대규모 자료를 입수해 역외탈세자 11명에게 714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또 다른 28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들 조사대상 39명 중에는 전두환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 씨와 30대기업 오너일가 등도 포함돼 있다.
국세청은 지난 5월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회피처를 통한 역외 탈세 의혹을 제기하자 다음달 미국 영국 호주 세무당국과의 공조 등을 통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케이만제도의 페이퍼컴퍼니와 관련된 원본자료를 입수, 조사에 착수했다. 400기가바이트(GB) 규모, A4용지로 1억4,000만장에 해당되는 대규모 자료에는 회사명, 설립자명뿐 아니라 회사 설립을 위해 대리인과 오갔던 이메일 및 송금 자료 등 방대한 자료가 들어 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조사는 원본자료에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405명의 명단을 추출, 267명의 신원을 확인하고 탈루 혐의자를 걸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우선 39명이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는 완결된 것이 아니며, 계속적으로 신원 확인과 탈세 여부 검증 작업을 진행해 탈세 혐의가 드러나면 추가로 조사 대상자를 선정, 세무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원이 확인된 267명을 직업별로 보면 기업인이나 그 가족(96명), 기업 임직원(50명)이 총 146명으로 절반을 넘었다. 금융인(42명) 해외이주자(28명) 무직(25명) 부동산사업자(17명) 교육인(4명) 전문직(3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58명) 금융(42명) 도매(32명) 서비스(25명) 해운(20명) 부동산(17명) 물류(7명) 건설(6명) 등 순이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한 코스닥 상장사 사주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두 곳을 설립한 후, 국내법인이 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해외 산업폐기물들을 정상적인 원재료로 위장해 고가에 수입하는 식으로 해외로 기업자금을 유출한 뒤 이를 다른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했다.
해외공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에 배당해 세금을 탈루하거나, 해외업체에 용역을 제공한 뒤 대가를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받는 등의 방식은 고전적이었다. 다른 사업자는 국내 거래처에 용역을 제공한 대가마저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받아 소득을 탈루한 뒤, 수시로 이를 국내에 반입해 부동산이나 고급승용차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한편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중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탈세 혐의자 127명을 조사해 총 6천16억원을 추징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실적(105명, 4천897억원 추징)보다 추징세액 기준으로 22.8% 증가한 것이다.
김연근 국제조세관리관은 “불법적 역외 탈세 혐의가 드러나면 세무조사를 통해 엄정하게 처리하되,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 행위와는 구분해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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