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전 6시36분 서울 풍납동 주택가 골목에서 김모(43)씨가 몰던 싼타페 차량이 전신주를 들이받아 전선이 끊기면서 일대 1,500여 가구가 일제히 정전됐다. 출근과 등교로 바쁜 시간에 느닷없는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등 주민 수천명이 불편을 겪었다. 사고 원인은 김씨의 음주운전.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6시까지 술을 마셨고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운전면허 취소 수치(0.1%)를 웃도는 0.174%였다.
# 지난달 25일 오전 7시50분 신모(28)씨는 자신의 차를 몰고 가다 신호대기 중인 앞 차량을 들이받았다. 신씨는 전날 오후 9시부터 익일 새벽 1시까지 소주 1병 반을 마시고 친구 집에서 6시간을 자고 나왔다고 진술했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84%에 달했다.
이른 아침 술이 덜 깬 채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적발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2011년 4만1,782건에서 지난해 3만5,103건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오전 5~10시 적발 건수는 같은 기간 3,916건에서 3,948건으로 소폭 늘었다. 오전에는 음주단속을 하지 않아 사고를 내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경우에만 음주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 관계자들은 운전자들의 잘못된 인식이 아침 음주운전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양종민 관악경찰서 교통조사계장은 "음주 후 서너 시간 자면 대부분 술이 깼다고 잘못 생각한다"면서 "그래서인지 오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들은 반성도 덜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는 되도록 운전을 삼가라고 조언한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중독 전문치료기관인 다사랑중앙병원 전용준 원장은 "경찰이 사용하는 위드마크 음주측정공식에 따르면 소주 1병(360㎖ㆍ알코올 도수 19% 기준)을 마신 체중 70㎏의 남성이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하는 데는 4시간, 50㎏ 여성은 7시간 정도가 걸린다"며 "개인차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소주 2잔(혈중 알코올 농도 0.02~0.04%)만 마셔도 물체를 피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운전대를 잡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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