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또 다른 뇌관은 주택용, 곧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요금이다. 사상 최악의 여름철 전력난을 "이번만 참아달라"는 정부의 대국민 절전 호소, 다시 말해 국민의 인내와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넘기자마자 또 다시 요금 인상에 나설 경우 전력정책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올해 1월 주택용 요금을 2% 인상했다. 2011년 8월 2%, 지난해 8월 2.7% 인상까지 합하면 최근 2년 간 세 번이나 요금을 올린 셈이다. 서민부담 완화를 고려해 전체 평균 인상률(4~4.9%)보다는 낮은 인상폭을 적용하긴 했으나, 9개월 만에 또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국민들 입장에선 '요금 인상 릴레이'라고 여길 법하다.
전력당국이 내세우는 명분은 '전기요금 현실화'다. 지난해 주택용 전기요금의 원가 보상률은 92.8%로, 산업용(89.4%)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생산원가에는 못 미친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싸다. 2010년 기준으로 시간당 1㎿h를 사용할 때 83.17달러로, OECD 평균(158.48달러)의 52%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115.76달러) 프랑스(165.27달러) 영국(184.20달러)에 비하면 절반, 일본(232.15달러)의 3분의1, 독일(318.74)과 비교하면 4분의1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기본요금' 기준이어서 현행 6단계의 누진제를 적용할 경우,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나라는 1단계와 6단계의 요금 차이가 11.7배에 이르는 반면, 일본은 1.4배, 미국은 1.1배에 그치는 것을 감안할 때 실제 요금 차이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동의하고 있다. 앞으로 전력수급 정책 방향은 공급 확대가 아니라 수요 관리가 돼야 하며, 수요를 줄이기 위한 근본대책은 결국 요금 인상 밖에는 없다는 얘기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주택용이든, 산업용이든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저렴한 결과, 전력난과 전력수급이 기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분은 한국전력의 수익이 아니라 수요관리나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에 투자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요금 인상 외에 여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연료비 연동제 시행도 변수다. 누진 구간을 현행 6단계에서 3단계 또는 4단계로 축소하거나 연료비 상승분이 요금에 반영될 경우, 결국엔 일반 서민들의 요금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