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기국회 첫 본회의에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요구서 보고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진보당은 본회의장 안팎에서 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여야 어느 쪽에도 원군은 없었다.
개회를 앞둔 본회의장 분위기는 냉랭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지만 대부분 진보당 의원들과 눈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뒤늦게 들어선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 중에는 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 등과는 악수를 나누면서 이 의원에겐 눈길을 주지 않았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개회식에 이어 오후 2시39분에 본회의 개회를 선언했다. 개의 직후 단상에 오른 전상수 의사국장은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요구서가 정부로부터 제출됐다"며 이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장 먼저 보고했다. 강 의장이 본회의 시작을 알린 지 46초만이다. 개회식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의례를 따라 했던 이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보고되는 순간부터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모니터만 봤다.
의사국장의 추가 보고에 이어 진보당 김미희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 반대 발언 과정에 다소 소란이 일었다. 새누리당 의석에서 "쓸 데 없는 소리 마라" "북한 가서 얘기해" "김미희도 RO냐"는 등의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한 투표와 강 의장의 산회 선포까지는 일사천리였다. 본회의 개회 선언부터 산회까지는 8분49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본회의는 이 의원 체포동의안 보고를 위한 회의였던 셈이다.
산회 직후에도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졌다. 본회의장을 빠져 나온 이 의원이 국회 본관 건물 앞에서 단식농성중인 이정희 진보당 대표를 찾아가 악수하자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이 "여기가 어딘데 나와 있느냐"고 고함치며 달려든 것이다. 양측간 큰 충돌은 없었지만, 주변에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석기 김재연 의원을 향해 "국회에 공산당 프락치가 와 있다"는 등 야유를 보냈다.
이날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보고로 체포동의안 통과는 사실상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다. 국회법상 '본회의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처리 규정에 따라 여야는 3일 오후부터 표결 처리할 수 있다. 현재로선 여야 공히 체포동의안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 적법 절차를 강조하면서 본회의에 앞서 국회 정보위와 법사위 개최를 요구하고 있는 게 변수다. 새누리당은 법사위는 몰라도 정보위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물론 의사일정 합의가 안되더라도 본회의 소집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이석기 의원은 수원지법에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일부 야당 의원들이 정기국회 회기 결정을 위한 단순표결을 '이석기 체포동의안'과 헷갈리는 바람에 기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산회 직전 정기국회 회기를 2일부터 12월10일까지 100일로 정하는 안건 표결은 재적의원 264명 중 찬성 255명, 반대 2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압도적 찬성률이기는 하지만 진보당 김재연 김미희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고, 민주당에서 문재인 김용익 유성엽 은수미 도종환 이인영 임수경 의원 등 무려 7명이 기권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초선인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은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된 표결로 착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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