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내란음모 수사의 단서가 된 5월 12일 통합진보당 합정동 비밀회합은 3월 5일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석 달 동안 전쟁이 임박했다고 판단한 RO 핵심지도부와 조직원들의 긴박한 움직임도 국정원에 포착됐다.
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에 따르면 진보당 지하혁명조직(RO) 총책인 이 의원은 3월 초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직후 각 세포단위에 전쟁대비 3가지 지침을 하달하는 등'결정적 시기'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이 의원은 이후 3월 초 각 지역책에게 세포모임을 열도록 지시했고, 경기중서부권역의 경우 지역책인 진보당 홍순석 경기도당부위원장이 3월 13일경 세포모임을 실제 개최하고 지침을 전달했다.
이 의원은 또 3월 말경 홍 부위원장 등 각 지역책들에게 한반도에서 전쟁상황이 벌어질 경우 이에 호응하는 혁명적 결의를 다지는 세포단위별 결의대회 개최도 지시했다. 이에 홍 부위원장 등 경기중서부권역 인사들은 4월 5일 수원의 한 사무실에서 북한 영화'월미도'를 시청하면서 전쟁상황 등에 대비한 세포결의대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진보당 한동근 전 수원시당위원장은 "월미도 전사들의 장군님에 대한 충성심은 대단한 것이다. 상황이 어려워져도 어떻게든 한 몫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자 홍 위원장은 "장군님이 해방시켜 놓은 조국은 인민이 잘 살수 있는 행복한 조국이다. 장군님을 지키는 것이 조국을 지키는 것"이라며 "기무사나 정보기관의 적색분자 리스트에 3만, 5만명 있다고 한다. 리스트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상황에서는 예전에 유태인 잡아가듯이 잡아가서 고립시킬 것이고 그 과정에서 죽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런 과정을 통해 조직원들에게 현 정세가 공유됐다고 판단하고 5월 9일경 지역책들을 통해 전체 조직원 소집령을 발령했다. 이어 같은 달 10일 경기 광주의'곤지암청소년수련원'에 집결해 1차 비밀회합을 가졌다. 하지만 이 의원은 연설 시작 10여분 만에 지도부원인 김모 조직원이 술에 취해 참석하자 기강해이와 회합 장소의 보안상태 등을 이유로 해산시켰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또 내가 소집령이 떨어지면 바람처럼 와서 순식간에 오시라"고 지시했다.
이어 "3월 5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에서 정전협정을 무효화한다는 것은 전쟁인 거다" "오늘 이 자리는 당면 정세에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싸울 것인가 그 결의를 하기 위해 왔다""아이는 안고 오지 마시라. 전쟁터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사람은 없다"는 등 조직원들에게 긴장감을 극도로 고조시켰다.
이 의원은 이틀 뒤인 12일 재차 소집령을 발령했고 같은 날 밤 서울 마포의 한 종교시설에서 내란음모가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2차 비밀회합을 가졌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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