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5월 12일 진보당 지하조직의 비밀회합 녹취록 이외에는 결정적 추가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내란음모 혐의를 확정할 수 있는 북한과의 연계성을 밝히지 못함에 따라 향후 법정공방은 물론 국가정보원의 공개 수사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체포동의요구서에 따르면 진보당 지하혁명조직(RO, revolution Organization)의 총책인 이 의원은 지난 5월 12일 합정동 비밀회합에서 "도처에서 동시다발로 전국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고 선동하는 등 폭력적인 방법으로 대한민국 체제 전복을 기도한 혐의(내란 음모)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또 2012년 3월부터 8월까지 4차례 진보당 경기도당 행사 등에 참석해 북한에 동조하는 강연을 하고 북한의 혁명가요인 적기가(赤旗歌)를 부르는 등 북한을 찬양ㆍ고무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도 받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이석기 지지 결의대회'에 참석해 "앞으로 시대는 국회가 최전선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는 등 국회를 '혁명의 교두보'로 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RO는 국회를 남한 사회주의혁명투쟁의 교두보로 인식하고 통진당에 침투, 정치적 합법공간을 확보한 후 이석기를 비롯한 조직원들을 국회에 입성시킴으로써 헌법기구에서 혁명토대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이 의원 외에 진보당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두 명도 RO 조직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이 의원은 또 북한이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을 한 올 3월 초 전쟁이 임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5월10일 RO 1차 회합에서 조직원들에게 ▦비상시국 연대조직의 구성 ▦대중을 동원한 선전전 실시 ▦미군기지, 특히 레이더 기지나 전기시설 등 주요시설에 대한 정보수집 등 전쟁대비 3대 지침을 내린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 의원에게 적용된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 "전쟁을 준비하자"는 내용의 이 의원 강연과 총기 준비 및 시설 파괴 등을 논의한 지역별 토론 내용 등을 담은 녹취록 이외에는 실행계획 수립 등 실제 행동과 관련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국정원도 체포동의요구서에서 "피의자들의 성향과 사회적 지위, RO의 조직규모 및 반사회성 등을 감안하면 범죄의 실행가능성이 매우 높다"고만 적었다. 또 과거 이 의원이 소속돼 사법처리를 받았던 반국가단체인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이 남파간첩의 지령을 받았던 점과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김모, 이모씨등 RO 조직원들의 방북목적과 행적이 확인되지 않은 점을 들어 북한과의 연계 가능성이 높다고 했을 뿐 관련성을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향후 이 의원에 대한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내란음모죄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다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수사 보안상 밝힐 수 없을 뿐 내란 모의와 관련된 구체적 물증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날 정기국회 개회식을 마친 뒤 열린 본회의에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보고했다. 여야는 이르면 3일 오후 체포동의안을 표결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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