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차기 전차 ‘흑표’(K-2)의 ‘파워팩’(엔진+변속기) 시험 평가가 또 연장돼 2016년부터 육군에 실전 배치한다는 목표가 지켜질 것인지 의문시되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2일 “지난달 말까지가 기한인 국산 파워팩의 시험 평가 기간을 이달 말까지로 한 달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시험 평가 기간을 내년 8월 말까지 1년 더 늦춰주고 내년 6월까지인 사업 기한도 이에 맞춰 미뤄줄지, 아니면 다음 달 시험 평가 결과 판정 뒤 사업 추진 방안을 재수립할지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번 시험 평가 기한 연장은 엔진 결함 탓이다. 지난 4월 내구성 검증을 위한 주행 시험 도중 엔진 실린더가 파손됐고, 제작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부랴부랴 설계를 고쳐 새 엔진을 제작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새 엔진에 대한 9,600㎞ 주행 시험을 다시 거쳐야 하는데 여기 소요되는 시간이 1년 정도”라며 “당장 시험 평가 결과를 판정하면 불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방사청은 파워팩 국산화를 위해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2015년 초까지 국산 파워팩이 납품되기만 하면 2016년 착수될 국산 K-2 2차 양산(100대) 일정을 맞추는 데 차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6월부터 도입되는 ‘반(半)국산’ K-2 1차 양산 물량 100대에는 독일제 파워팩이 장착된다.
그러나 군과 업계 일각에는 “1년 시간을 더 준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2009년 2월 시작된 K-2 국산 파워팩 시험 평가는 주로 엔진 결함 탓에 이미 수 차례 중단됐고 사업 기한도 2010년 말부터 세 차례 연장됐다. 변속기만 먼저 국산화하자는 요구도 나온다. 국산 파워팩 변속기 제조업체인 S&T중공업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건 엔진인데 왜 변속기 국산화까지 미뤄져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변속기 조기 양산으로 예산 낭비를 줄이고 제품 값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국산 파워팩 개발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 돈은 예산 792억원과 업체 부담금 249억원 등 1,041억원이었으나 사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업체 투자액이 두 배까지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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