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가 2일 국회에 제출됨에 따라 구체적 혐의 적용을 둘러싼 법조계의 논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은 체포동의요구서에서 이 의원이 이끄는 지하혁명조직(Revolution OrganizationㆍRO)이 북한 대남혁명론에 입각한 '남한 사회주의혁명'을 목적으로 결성됐다고 밝혔으나, 이미 공개된 5월 회합 녹취록 외에는 내란음모 혐의를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더구나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건이 조작으로 판명난 뒤 이 혐의를 적용한 실제 사례가 없어 어느 대목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법조인들의 견해는 갈릴 수밖에 없다.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해하려 하거나 국가기관을 전복하려는 목적이 있었음이 전제돼야 한다. 즉 내란의 '의도'가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란음모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는 쪽은 RO가 '남한 사회주의혁명을 목표로 현 체제의 전복을 시도한 뒤 북한식 사회주의 건설을 목표로 활동했다'는 국정원 측 주장에 주목한다. 형법에 정통한 한 중견 법조인은 "검찰이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RO 강령에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사회변혁운동을 (조직의)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어 국헌문란의 전제 성립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큰 틀에서 내란의 의도가 인정될 경우 남은 관건은 '구성원 간 의사합치'가 있었는지 여부다. 이 의원에게 내란 의도가 있었더라도 RO 내부에서 의사합치 행위가 없었다면, 법률상으론 한 개인의 의견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RO 가입식에서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을 '우두머리'로 지칭하는 절차, 이후 '세포조직'을 통한 체계적인 학습과 단체행동 등을 의사합치 과정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헌 변호사는 "체포동의요구서만으로도 내란음모죄의 법적 형식 구성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도 "모의 내용의 실현 여부는 추후 추가 증거로 사실관계를 따질 문제"라며 "모의 정황이 워낙 구체적이라 음모죄 구성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의원이 북한에 동조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사안이지 내란음모 혐의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과의 직접적인 연계성을 밝히지 못했다는 것은 검찰과 국정원도 인정한 부분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직강령이 있다니 국보법 적용은 가능하지만 내란음모죄를 적용하려면 혁명적 봉기상황이었다는 점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O 내에서 의사합치가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압력밥솥 폭탄' 언급 등은 아이디어 수준이지 구체적 행위 대상을 설정한 것도 아니었으며, 시점 역시 모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정권을 잡겠다, 임시정부를 만들겠다는 등 구체적인 의사합치나 세부계획이 있어야 내란죄가 성립된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은 진정한 의사합치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헌욱 변호사는 "현 상태로 재판에 간다면 소명 부족의 이유로 재판 진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만약 검찰 주장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로 내란음모죄가 성립된다는 분석은 가치관이 투영된 개인적 판단일 뿐"이라고 밝혔다.
검찰과 국정원은 혐의 적용은 물론 입증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보안상 밝힐 수 없을 뿐, 의사합치와 내란 모의와 관련된 구체적 물증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결국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문서나 동영상 형태의 확실한 물증을 얼마나 제시하느냐가 진실 규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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