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정기국회에 맞춰 통상임금을 비롯한 노동과 환경,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현실정합적 조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 회장단은 어제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법령의 개선과 2015년 시행될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화평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순환출자금지 관련 법안 등의 속도 및 강도 조절을 요구하는 건의안을 국회와 정부에 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10대 기업 총수와의 회동에서 경제 활성화를 겨냥해 경제민주화 법안의 독소조항 수정과 규제 완화를 언급한 이후 국회에서의 실제 입법과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자구책인 셈이다.
그러나 재계가 경제민주화법 못지 않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통상임금이다. 갑을오토텍 노동자의 통상임금 반환소송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5일 내려질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널리 적용되고, 곧바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은 수당이나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어서 노사분쟁 요인이 돼 왔다.
문제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통상임금을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임금'이라고만 규정한 점이다. 통상임금을 1개월마다 지급하는 고정급 수당으로 규정한 고용노동부 예규에 따라 사용자측은 그 동안 상여금과 근속수당을 통상임금에서 빼왔다. 그러나 법원은 한국GM 소송 등의 판결에서 이와 달리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넣었다. 이대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3년치 소급 분을 포함해 기업에 38조 5,5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해 존폐 위기를 부른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수당 비중이 너무 높은 현행 임금체계나 상여금이 고정급으로 굳어진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 대법원이 통상임금 기준을 일률 획정할 경우의 사회경제적 파장에 부담을 느낄 필요도 있다. 실제 적용 기준을 만들 노ㆍ사ㆍ정 합의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또 그런 대타협의 접점을 모색하는 실질적 협의의 장이 될 국회의 역할도 주목된다. 경제정의와 활력 어느 쪽도 내버릴 수 없는 경제 실상은 당사자 모두의 대승적 자세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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