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직원 양성 어떻게이념학습 따라 3단계 나눠 주체사상 거쳐야 정식 조직원… 3대 강령·5대 의무 요구● 지하당 조직 특성이석기 총책 아래 4개 권역 3~5명 '세포' 단계별 배치… PC 수시 교체 보안 철저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의 진원지로 꼽히는 지하혁명조직(ROㆍ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RO가 진보당 주장대로 단순한 '산악회'나 '전쟁반대 모임'이 아닌, 이석기 진보당 의원을 정점으로 일사분란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추고 남한 사회의 전복을 꾀한 반국가단체 내지는 이적단체라는 게 국가정보원의 판단이다.
정부가 2일 국회에 제출한 이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RO를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입각, 남한의 사회주의혁명을 달성할 목적으로 결성한 특정 다수인의 결사체"로 규정하고 있다.
뿌리는 1990년대 말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지하간첩조직인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3월 이 의원은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등이 만든 민혁당 결성식에 참석,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하여 민족자주권을 쟁취한다" 등의 강령을 채택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후 민혁당은 국정원ㆍ검찰 수사로 와해됐고, 이 의원도 2002년 5월 구속됐지만, 민혁당의 대남혁명론과 핵심 강령은 RO로 명맥이 이어져 온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 있다. RO의 거점인 경기 지역 4대 권역이 민혁당의 하부조직인 '경기남부위원회'를 모태로 하고 있는 게 그 근거로 제시됐다.
국정원은 RO의 결성시기를 2003년 하반기로 추정했다. 이 의원이 그 해 8월 가석방된 점으로 미뤄 이 의원 출소 후 민혁당 경기남부위원회 조직원들이 가담해 RO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정확한 조직규모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난 5월 10일 소집된 RO 전체 조직원 회합에 130여명이 집결한 사실을 들어 최소 그 이상이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국정원 판단이다.
RO는 전형적인 지하당 조직의 특성을 갖췄다. 총책인 이 의원 아래 중앙위원회를 두고, 다시 그 산하를 경기동부ㆍ남부ㆍ중서부ㆍ북부 등 4개 지역별 권역으로 쪼갰다. 파견지휘를 담당하는 중앙팀과 청년팀 등 2개의 별도 조직도 설치돼 있다. 하부조직도 3~5명으로 짜여진 세포단위를 단계별로 배치해 전 조직이 '총책→상급세포책→하급세포책→…→최하급 세포원'으로 연결되는 수직적ㆍ계층적 통솔체계로 이뤄졌다. 국정원은 "RO가 각 단위 세포책을 통해 전체 세포원들에게 조직의 지침을 하달하거나 세포원의 사상학습 상태 및 조직활동 상황을 수시 점검ㆍ지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철저한 상명하복 방식으로 조직원의 사생활을 통제했다는 것이다.
특히 RO는 조직실체를 은폐하기 위해 보안수칙 준수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모임ㆍ학습 시 도청을 우려해 전원을 끄고 회의를 진행하거나 노트북과 PC를 6개월 단위로 교체하도록 지시했다. 이동식저장장치(USB) 보안까지 신경을 써 모든 USB는 암호화하고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파손해야 한다.
RO는 가입절차도 '학모(학습모임) 단계→이끌(이념써클) 단계→성원화(정식가입) 단계'로 세분화했다. 이념서적을 탐독하는 초기 단계에서 출발해 주체사상을 배우는 심화 사상학습 단계를 거쳐야 정식 RO 조직원으로 승인받게 된다. RO 성원은 ▲남한사회의 변혁운동 ▲자주ㆍ민주ㆍ통일 실현 ▲주체사상 보급, 전파 등 3대 강령을 숙지하고 ▲조직보위 ▲사상학습 ▲재정방조(재정부담) ▲분공수행(업무분담) ▲조직생활 등 5대 의무를 수행할 것을 요구 받았다고 한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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