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창의적 아이디어 기근에 시달리는 광고업계가 묘안을 냈다. 인기 있는 드라마나 영화의 콘텐츠를 채용하는 것은 물론 아예 광고자체를 패러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슈가 된 광고를 베끼는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패러디 전성시대다.
KT의 '올-아피(All-IP) 2배' 광고 시리즈는 광고인지 드라마인지 혼동될 정도다. 주말 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에서 부부로 나오는 주인공들이 침실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콘셉트로 제작해 광고 배경노래가 나오기 전까지는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구성했다. 앞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주인공들을 출연시킨 광고의 경우, 미니시리즈임을 고려해 드라마 초반에 이미 모델을 섭외하고, 재빨리 촬영한 뒤 드라마와 재방송 시간에 집중 노출시켜 광고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LG유플러스의 LTE-A광고는 영화 '달콤한 인생'을 패러디해 코믹함을 더했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명 대사를 실제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김영철씨가 "넌 나에게 3G를 섞어줬어"라고 패러디하며 회사 측이 내세우고 싶은 100% LTE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광고가 광고를 따라한 경우는 팔도의 '왕뚜껑'이 대표적이다. 왕뚜껑 광고는 배우 이병헌씨가 출연한 팬택의 '베가 아이언' 광고를 똑같이 따라한 것인데, 완벽한 패러디를 위해 같은 여자배우와 촬영감독을 섭외했다. 팔도는 팬택에 기획 전 사전 허락을 구했고 팬택이 흔쾌히 승낙, 광고를 함께 편성하기도 하면서 두 광고 모두 시너지를 냈다.
배우 전지현씨가 검정 드레스를 입고 물이 흥건한 무대에서 춤을 춰 화제가 된 프라이팬 휘슬러 광고는 방영중인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서 주인공이 불 모형 속에서 주방용품을 휘두르는 광고로 패러디 돼 온라인서 화제가 된 경우다.
이처럼 패러디가 봇물을 이루는 것은 소비자들이 광고나 드라마에서 패러디를 모방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인식하고, 오히려 재미를 찾고 있기 때문. 제일기획 이채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패러디 광고는 패러디를 하는 쪽과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쪽 모두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얻을 수 있는데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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