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2일로 출범 12주년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2010년 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신한지주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된 '신한 사태' 3주년이기도 하다. 신한사태는 3일 서울 고등법원에서 항소심 공판이, 다음달에는 결심 공판이 잡혀 있는 등 여전히 진행중인 탓에 신한금융은 출범 12주년 기념식을 조용히 내부행사로 치렀다.
이날 한동우 회장은 기념사에서 "매년 업계 최고의 실적을 거두어 왔고, 올해 역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타 금융그룹과 차별화된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며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또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고 ▦금융의 사회적인 역할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야 한다는 두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신한금융은 12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해 왔다. 2002년 굿모닝증권, 2003년 조흥은행, 2007년 LG카드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해 덩치를 키웠고, 리스크 관리에도 철저해 건전성과 수익성 면에서 경쟁 금융회사를 압도했다. 은행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비은행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높다는 점도 신한지주의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역시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며 어려운 환경이었는데도 신한금융의 실적은 좋았다. 지난해보다 순이익이 줄기는 했지만 올 상반기 국내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당기순이익 1조원을 넘었다. 다른 금융지주사 순이익의 배에 달한다.
하지만 뛰어난 실적의 이면에는 '차가운 금융'이라는 또 다른 얼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도 '따뜻한 금융'이라는 단어를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의 평판은 다르다. 대출해 준 기업이 일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 다른 채권단과 함께 도와 회생시키는 쪽보다는 자금을 회수해 버리는 쪽을 택한다는 것.
여러 번의 전산 사고로 농협은행과 함께 '보안에 취약한 은행'으로 알려지게 된 것도 아쉬운 점이다. 2009년 '7ㆍ7 디도스 공격 사태'부터 그 동안 정부ㆍ금융기관 사이트에 대한 대규모 공격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신한은행 사이트는 일시적으로 접속이 안 되거나 느려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는 지난 3월20일 정부ㆍ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에서 농협은행과 함께 나란히 전산망 마비사태가 발생,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특별 검사를 받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 철학을 실행하는 시스템이 확립돼 있어 '신한 사태'라는 내홍을 겪고도 계속 높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면서 "한 회장이 기념사에서 강조했듯 수익성뿐 아니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시한다면 평판도 나아질 것"이라고 평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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