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르면 오늘 본회의 표결을 거쳐 통과될 전망이다. 여당이 당 차원에서 적극적 처리 방침을 굳힌 데다 민주당도 동의안 처리에 협력할 태세다. 이정희 대표가 어제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등 통합진보당은 조직적 반발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을 수단ㆍ방법은 전무해 보인다. 어제 보고된 체포동의안에 따르면 앞서 체포되거나 구속된 다른 통합진보당 관계자들과는 달리 이 의원에게 내란 선동(형법 90조 2항) 혐의가 덧붙었다. 내란음모(형법 90조 1항) 및 이적 찬양ㆍ동조(국가보안법 7조 1항) 혐의와 함께 촘촘하게 짜임으로써 범죄 의혹이 한결 짙어졌다.
애초 이 의원 체포동의안을 두고 여야가 따로일 수 없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야당 정치인의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가 정치 쟁점이 된 바 있다. 자진 출두해 수사에 협조하는 등 당사자 태도부터 이 의원과 크게 다르기도 했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적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이 의원 체포동의안을 고리로 여야가 다툴 정치적 이해는 불분명하다. 그나마 이해가 엇갈릴 수 있는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이나 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여론이 이미 이번 내란음모 사건과는 별개라고 잇달아 선을 그은 마당이다. 더욱이 내란음모 혐의는 국회를 중심으로 한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내용이란 점에서 야당의 처리 거부 자세는 자기모순에 지나지 않는다. 이른바 '종북 세력'을 비호한다는 국민 눈길도 두려울 만했다.
또한 여야가 숱하게 다짐해 온 의원특권 포기의 핵심이 '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였다. 행정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의정활동의 자유를 지키려는 제도 본래의 취지와 동떨어진 체포동의안이라면 즉각 처리하는 것이 그런 다짐을 실천하는 길이다.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를 대국민 약속 이행의 좋은 계기로 삼을 만하다. 어차피 혐의를 확정하거나 벗기는 것은 법원 몫이어서, 국회는 사법절차의 진행을 가로막지 않겠다는 소극적 결단을 내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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