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1990년대 중반부터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해 온 법원의 기존 판례대로 통상임금 산정 기준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1990년대 초반까지 통상임금을 '매달 주는 임금'으로 좁게 해석, 몇 개월에 한 번씩 지급하는 상여금과 수당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1988년 제정된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정기상여금 체력단련비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1994년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진 않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근로자에게 조건 없이 주는 육아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고, 1996년에는 몇 개월에 한 번 주더라도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휴가비 체력단련비 등도 포함시켰다. 통상임금의 기준인 지급의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유연하게 해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법원은 2011년 한국GM 소송에서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된 휴가비 귀성여비 가족수당 등을 통상임금으로 봤고, 지난해 3월 금아리무진 소송에서는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처음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했다. 이에 노동계는 "급여의 명칭을 불문하고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은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는 일관된 입장을 취해 온 법원 판례에 맞게 통상임금 산정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또 상여금이 이미 사회적으로 통상임금으로 여겨지는 현실도 지적한다. 상여금은 은행이 대출 시 근로소득을 따질 때 통상적인 임금으로 계산되고, 원천적인 근로소득세 징수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동시에 통상임금 기준 변경이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의 해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자들은 기본급은 낮고 수당ㆍ상여금은 많은 기형적인 임금구조로 인해 잔업ㆍ특근 등 초과 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임금구조는 기업들이 초과 근로 수당을 적게 주기 위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과 상여금을 무분별하게 늘려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용부가 지난 6월 100인 이상 사업장 978곳을 조사한 결과 월평균 임금총액 중 기본급은 57.3%에 불과했고, 각종 수당ㆍ상여금이 34%나 됐다.
그러나 노동계는 통상임금 문제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으로 다뤄지는 데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통상임금 판례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도 1988년 제정된 산정지침을 고치지 않고 '모르쇠'로 일관해왔는데,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중 댄 애커슨 GM CEO를 만나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갑자기 전원합의체가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은기 민주노총 사회공공성본부 국장은 "이번 전원합의체가 정ㆍ재계의 외압 때문에 열린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하지만 대법원이 1990년대 중반 이후의 판례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며, 기존 판례를 확인시켜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