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 배드 2'는 지난 1일에만 전국 297개 스크린에서 4만 2,535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관람, 일일 흥행 순위 6위에 올랐다. 이날까지 누적 관객 수는 8만 292명이다. 개봉을 2주 가까이 남긴 영화가 벌써 1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것이다.
마술 같은 이런 기록은 유료 시사회 때문에 가능했다. 유료 시사회는 공식 개봉 전 이뤄지는 일종의 변칙 개봉 행위다. 경쟁작과의 흥행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종종 활용되는 영화계의 마케팅 관행이다. 이 변칙 상영으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고스란히 공식 상영일 흥행 성적에 포함돼 광고에 활용된다. '3일 만에 100만명이 봤다'는 식의 광고 문구에는 대부분이런 '꼼수'가 숨겨져 있다.
변칙 개봉 뒤엔 피해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영화사들은 갖은 정보망을 이용하여 개봉일을 정한다. 대체로 덩치 큰 영화와의 싸움을 피하고 자신들 영화의 체급에 맞게 택일을 한다. 유료 시사회란 명목으로 화제작이 극장가에 미리 치고 들어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게다가 충무로에서 유료 시사회는 보통 개봉 직전 주말에 하는 게 관례다. 언론 시사회도 열지 않은 '슈퍼 배드 2'가 개봉 12일 전 유료 시사회로 상영에 나선 건 변칙을 넘어 반칙이라는 시각이 많다. '슈퍼 배드2'와 관객층이 겹치는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Z: 신들의 전쟁'(8월 29일 개봉)의 배급사 인벤트디가 발끈한 이유다. 인벤트디는 "비상식적 불공정 행위"라며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슈퍼 배드 2'의 수입배급사는 유니버설픽쳐스코리아다. 미국 할리우드에 본사를 둔 회사다. 영화계에선 요즘 상생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힘 있는 회사가 '게임의 룰'을 어기면 상생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라제기 문화부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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