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대법원 판례대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될 경우 인건비 증가에 따른 경영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정년연장까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통상임금까지 더해진다면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압박을 감당키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분석에 따르면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3년치 소급분 24조 8,000억원을 포함해 총 38조 5,50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매년 8조 8,663억원의 비용이 발생해 기업경영에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현재 진행중인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기업들은 법정이자와 지연손해금 등 추가비용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실제 부담액은 더욱 커질 것이란 입장이다.
재계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일시 부담비용은 14조 3,161억원이며 매년 3조 4,246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현재 12.6%에서 17.5%까지 늘어나게 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당장 전체 중소기업의 12% 정도가 높은 인건비를 못 견디고 문을 닫게 된다"며 "향후 매년 10%의 중소기업들이 경영악화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추가비용의 발생으로 결국은 국내 일자리도 줄어들 전망. 경총은 기업의 일시 부담금으로 인해 당장 37만2,000~41만8,000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매년 8만5,000~9만 6,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의 추정에 '거품'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경영난이 심각한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되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한 관계자는 "몇 년 후면 58세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 그것만으로도 큰 인건비 증대요인인데 통상임금까지 확대되면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현행 임금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간 노사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및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근거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보지 않고 임금단체협상 협의를 맺어왔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에는 시급 일급 주급 월급 등 시간당 통상임금을 산정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고, 노사는 이 시행령을 근거로 '고정성'을 갖는 급여를 통상임금으로 산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질 수도 있는 실적급까지 통상임금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게 경영계의 인식이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법원의 판례가 정부지침과 노사관행을 부정한다면 기업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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