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인 1일 오후 2시 전북 군산시 개정면에 위치한 A자동차운전학원.
운전연습에 열중해야 할 학원생은 한명도 없고 기능코스(S자, T자 등)부지와 도로주행 코스에는 어린이 키만큼 올라온 잡초들로 흉물스럽게 변해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을 안 했는지 자동차 관련 설비들은 여기저기 녹물로 얼룩져 있고, 운전연습용 차량은 여기저기 방치돼 있다. 도로 주행선을 나타내는 페인트는 보일 듯 말 듯 뒤죽박죽이다.
사무실은 더욱 가관이다. 자동차 강의실은 창고나 다름없다. 학원사무실은 더운 날씨임에도 에어컨이 켜지지 않은 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고 30~40대 남자 강사 3명이 컴퓨터 게임에 열중이고 있다.
전국 자동차운전학원이 이처럼 한산한 것은 지난 2011년 말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이 학원 채규철(43)원장은"지난 여름방학에도 자동차면허를 따기 위한 학원생이 없어 강사 등 직원들이 모든 일손을 놓았다"며"한달 1,000만~1,500만원 가량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연말이 되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연쇄 부도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하소연 했다.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B자동차운전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때 전북지역에서 가장 큰 자동차학원으로 강사만 40여명 있었던 이 학원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
B학원은 A학원 보다 경영상태는 낫지만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한 때 학원생이 1,000여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25% 수준이다.
이 학원관계자는"자동차학원이 덩치만 크지 80%가까이 사용하지 못해 관리비만 엄청나게 들어간다"며"직원들 인건비도 올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인원만 감축하게 돼 미안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011년 12월 운전면허 응시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종전 운전 전문학원 야외 기능실습장에서 시행하던 기능코스 실습을 50m 직진 코스에서 하는 주행실습(2시간)으로 대체했다.
현재 기능교육장 기준으로 볼 때 350㎡의 부지만 갖추면 되고, 종전 도로 교통법 제101조 운전학원 시설기준에 의해 6,600㎡이상의 부지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적은 공간에서도 운전교육이 가능한 일반학원에 비해 전문학원은 점차 기능을 잃고 있다.
이처럼 전국 500여개 운전학원에 방치돼 있는 기능코스 부지는 310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자동차운전학원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부지를 트레일러나 레커차, 제2종 소형이나 대형차 면허교육장 등 다른 교육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좁은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영세 업체들의 경영난 해소를 위해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전남 목포 석현동에서 자동차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47)씨는"무용지물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싶어도 시설기준 법규에 막혀 방치되고 있다"며"하루 빨리 관련 법규가 개정되지 않으면 전국적으로 줄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청 관계자는 "일반학원에서 교육을 받아도 크게 문제가 없어 법 개정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며"경영난을 겪고 있는 전문학원의 여유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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