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달 1일 국군의 날 열병식에서 첨단무기인 '현무-3' 미사일을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언뜻 최근의 남북간 대화 흐름과 어긋나 보인다. 군 당국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집무실 창문을 타격할 수 있다"고 장담한 현무-3의 성능을 감안하면, 북한은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며 반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안보 없는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튼튼한 안보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의 심장을 겨누는 현무-3 미사일을 공개행사에서 선보이는 것은 물리적ㆍ심리적인 대북 억지력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철학이기도 하다. 대북 안보에 허점을 보이는 순간 북한과의 약속은 깨지고 신뢰를 통한 화해와 협력은 헛수고가 되는 경우를 누차 경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 북한은 중국, 미국 등 주변국의 압력과 내부적 필요에 의해 남한과의 대화국면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유리한 요인이다. 또한 북측이 껄끄러워하는 현무-3를 과감하게 공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우리 군의 역량을 과시하고 통수권자로서 박 대통령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성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1일 "북한이 당연히 반발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무-3를 공개해서 얻을 수 있는 여러가지 정치적 이득이 훨씬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현무-3 미사일 공개방침은 최근 북한의 핵ㆍ미사일 시설에서 잇따라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는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4월 재가동을 선언한 영변 원자로의 인근 건물에서 작업이 활발한 상태다. 또한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동창리 기지에서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 새로운 발사장 부지의 기초공사가 마무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관계자는 "이들 시설에서 당장의 도발 징후는 없지만 수개월 내에 움직임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