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담보에 대출금리를 차별하지 말라'는 금융감독원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은행들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 격차가 17개월 만에 오히려 확대됐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은행이 중소기업에 빌려준 자금의 평균 대출 금리(잔액 기준)는 연 5.09%로, 대기업 대출 연 4.86%에 0.23%포인트 높았다. 이는 전월보다 0.02%포인트 확대된 것이다. 작년 2월 0.55%포인트를 정점으로 올해 6월 0.21%포인트까지 16개월간 줄었던 대기업ㆍ중소기업 대출금리의 격차는 다시 벌어진 것이다.
금리차가 확대된 이유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취급 대출금리가 연 4.90%로 전월 연 4.83%보다 높아진 반면, 대기업은 전월 4.48%에서 4.38%로 하락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한은 측은 "영업점이 반기 말 성과평가를 앞둔 6월에는 영업을 강화하면서 중소기업 등에 우대금리를 대거 적용했지만, 반기말이 지난 7월에는 우대금리를 축소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은행들은 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중소기업 신용대출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시행된 금감원의 동일 담보 제공 시 대기업ㆍ중소기업간 금리차별 개선안에 따라 담보대출의 경우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대출금리가 다르지 않다"며 "저신용 중소기업에도 신용대출을 해준 결과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전월 보다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금리격차가 커졌다는 점에서 은행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6월 3조2,000억원에서 7월 1조1,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신용대출을 늘렸다고 하더라도 1조원이 겨우 넘는 금액으로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평균금리가 높아질 리 만무하다"며 "은행들이 부동산 가치 하락을 빌미로 만기가 돌아온 담보대출을 연장해주면서 금리를 인상한 꼼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동일 담보 제공 시 금리차별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토록 한 지난달부터 되레 금리차가 벌어진 것으로 나오자 즉각 은행들의 대출금리 적용 실태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차가 확대된 원인에 대해 파악해 볼 것"이라며 "특히 동일 담보 대출 차별이 여전한지 이행 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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