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SK그룹은 초조해지고 있다. 그룹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구속수감(1월31일)된지 벌써 만 7개월. 창사 이래 최장의 경영공백이다.
현재 최 회장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SK로선 최 회장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원홍씨(전 SK해운 고문)의 증언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대만에 있는 그의 국내송환이 늦어지고 법원도 그의 증언 없이 재판을 종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SK측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영공백이 길어질수록, 굵직한 해외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1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사건의 추가변론이 3일 예정되어 있으나 김원홍씨에 대한 증인신문 없이 재판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측은 "김씨의 증언을 듣지 않을 경우 실체적 사실관계를 따져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 항소심 일정 대로라면 그가 국내 소환되더라도 재판종료 이후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씨는 최 회장 횡령사건의 발단이 된 선물ㆍ옵션투자를 애초 권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1년 5월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 7월 31일 대만에서 체포됐는데, SK는 사건의 실체적 규명을 위해선 그를 증언대위에 세우는 게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가 입을 열면 사건의 틀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검찰이 소환에 미온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SK 변호인단은 지난달 29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에 소환절차 진행상황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대만의 경우 김씨처럼 이민법 위반혐의로 체포됐을 경우 최장 2개월간 구금할 수 있고, 따라서 이달 말엔 본국 추방명령이 내려져 국내 송환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 경우 2심 재판이 모두 끝나, 김씨가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증언기회가 영영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다. 2심 재판부는 김씨의 증인채택을 이미 기각했으며, 현재 스케줄대로라면 13일 선고공판을 가질 예정이다.
SK측은 "(최 회장에 대한) 형량이나 선처여부를 떠나 최소한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핵심인물에 대한 증언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그를 송환해 증인으로 세울 수 있는데도 안 되는 것을 보면 검찰측이 미온적이란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고 말했다. SK측은 마지막 방어권 차원에서라도 법무부와 검찰이 이달 말까지 그를 본국 송환토록 하고, 이 때까지만이라도 법원이 최종 선고를 연기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SK측은 이미 창사 이래 최장기간을 넘어선 오너 공백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경영 위협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현재 일상경영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도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오너만이 풀 수 있는 굵직한 해외사업들은 현재 진행이 '올 스톱'된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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