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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 대책 '반쪽의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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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 대책 '반쪽의 호응'

입력
2013.09.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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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모기지 수혜 대상 생애최초 주택 구입대상자들에게 물어봤더니…

‘가계부채∙고용불안정 탓에 집 못 사’ ‘이번 기회에 구입 고려’ 반반 갈려

전문가들 “매매활성화 매달리지 말고 전월세상한제 등 직접적인 주거안정 대책 필요”

“집 사라고요? 할 수 있다면 세입자로 살고 싶습니다.”

결혼 2년 차 직장인 임모(32)씨. 그는 지난해 전셋값 2억6,000만원을 주고 서울 성북구 아파트에 신혼집을 꾸렸다. 임씨가 계약만료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정부는 ‘8∙28 전월세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라 생애최초주택구입자가 되는 임씨는 연 1%대 초저리로 대출(장기주택모기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세입자가 장기주택모기지를 이용해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연간 주거비용이 최대 30% 가까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정부의 계산에 따르면 주거비용도 장기모기지로 집을 구입하는 게 전세로 사는 것보다 훨씬 적게 든다. 그러나 임씨는 집 살 생각이 전혀 없다. 당장 집을 싸게 사더라도 집값이 떨어지면 손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번 전월세 대책 최대 수혜자로 떠오른 생애최초주택구입자 10여명과 전화 인터뷰를 해본 결과 집을 사겠다는 사람과 그냥 전세로 살겠다는 사람이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었다. 대책 발표 이전부터 집을 살 계획이었던 사람들은 대책을 적극적으로 반겼다. 언제 이사할지 모를 불안 속에 사느니 조건 좋을 때 집을 사겠다는 것. 서울 마포구 세입자 김모(34)씨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금리에 대출할 수 있는데 집을 안 살 이유가 없다”고 환영했다. 신입사원 김모(31)씨도 “손익공유형 모기지는 정부도 손해를 부담하니, 실수요자는 집값 떨어져도 전월세로 사는 것보다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을 살 계획이 있는 사람 중에도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 사겠다”며 구입 시기를 미루려는 경우도 있었다.

인터뷰에 응한 조사대상 중 절반은 가계부채∙고용불안 탓에 모기지를 신청할 여력이 없거나, 여유가 있어도 집값 떨어질지 모르는데 빚내서 집 사기가 부담스럽다며 전월세로 계속 살겠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 최모(31)씨는 “소상공인은 대게 이미 대출이 수천만원씩 있어 추가 대출이 어렵다”면서 “장기모기지 금리가 매력적이지만 그림의 떡”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년 차 회사원 장모(27)씨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보통 2억원이 넘는데 20, 30대에 1억원이나 빚을 지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은행원 박모(35)씨도 “기존 사내 대출로도 대책보다 싸게 돈 빌릴 수 있다”며 “집 사서 감가상각비용과 각종 세금을 부담하느니 전세 살면서 돈 아낄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현재 전월세난은 집 살 능력이 있고 자기집이 있는 사람들이 고가전세를 구하며 전셋값을 올리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대책의 주 대상인 무주택자∙생애최초주택구입자 들은 아무리 저금리를 제공해도 쉽게 주택구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현재의 전월세난 해결은 무주택자에 대한 직접적인 주거안정 대책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매매거래시장 활성화가 중장기적으로 전월세 가격안정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주택가격이 여전히 높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는 매매시장 활성화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면서 “전월세상한제, 지역별 적정임대료 개념을 도입해 임대시장을 근본적으로 안정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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