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8월 31일 밤 11시15분 방송 예정이었던 '추적60분-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을 돌연 불방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원이 수사한 이 사건에서 피의자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국정원은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KBS는 30일 오후 사전 심의에서 "최종 판결이 나지 않고 재판이 계류 중인 사건이라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2항 제1절(공정성) 제11조(재판이 계속중인 사건)에 의거, 방송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나옴에 따라 방송 보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해명은 석연치 않다. 불방 결정이 방송 전날 갑자기 내려진 데다, 심의실의 사전심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측이 불방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3개월 간 심층 취재해 방송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으나, 사전 심의가 있기 전인 29일과 30일 오전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이 국정원의 이석기 의원 사건 수사를 언급하며 '예민한 시기이니 1~2주 정도 방송을 연기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심의 결과는 반드시 따라야 할 강제성이 없다. 반영하고 말고는 제작국장의 몫이다. 예정됐던 방송이 심의실의 판단에 따라 보류된 전례도 없다. 재판 계류 중인 사건이라 방송을 보류했다는 해명도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불과 한 달 전 방영된'강남보석 사기사건, 사모님은 도주 중'도 계류 중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측이 이미 방송 불가를 결정해 놓고 심의 결과 핑계를 댔다는 게 제작진의 주장이다.
'추적 60분'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뤄 불방 위기를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 때인 2010년 11월 '의문의 천안함, 논란은 끝났나'도 불방될 뻔 했고, 그해 12월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은 예정보다 2주 늦게 방영됐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KBS가 이런 논란들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빠른 시일 내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의 방영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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