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기숙사에 침입, 잠을 자던 여대생을 성폭행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이 아무런 제지 없이 기숙사 안을 3시간 넘게 배회했고, 수상한 사람이 돌아다닌다는 제보를 받고도 이를 경찰에 알리지 않는 등 대학의 안일한 대처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지난달 30일 부산대 기숙사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모(26)씨를 검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이씨는 울산의 모 대학 학생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5시 50분쯤 이 건물 3층 방에서 잠을 자던 A(19)씨를 성폭행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룸메이트가 들어오지 않아 방문을 잠그지 않고 잠을 자다 변을 당했다.
이번 범죄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이씨는 이날 오전 2시23분쯤 기숙사에 침입했다. 범행 대상을 찾기 위해 방을 기웃거리던 그는 기숙사 한 방문을 열었지만 여학생이 깨어있어 바로 문을 닫았다. 이어 다른 방문을 열어 잠을 자던 한 여학생에게 다가가 내려다 보던 중, 여학생이 눈을 뜨자 "방을 잘못 찾아왔다"며 둘러대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 이 여학생은 오전 3시쯤 기숙사 관리실에 "낯선 남자가 기숙사를 돌아다닌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경비원과 생활관 관리 조교들은 이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색에 나서 문이 열리는 빈 방과 휴게실 등 공동 공간을 둘러보다 결국 이씨를 찾지 못했다. 이씨가 기숙사 밖으로 달아난 건 당일 오전 5시56분. 대학 측의 허술한 대처 탓에 무려 3시간30분 가량 범인이 기숙사 내부를 돌아다닌 것이다. 경찰은 기숙사 관계자들이 수색하는 동안 이씨가 문을 잠근 채 숨어 있다가 피해 여학생을 성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오전 1시까지 부산대 주변에서 술을 마셨고 목이 말라 음료수 자판기를 찾으러 해당 건물이 도서관인 줄 알고 들어갔다"며 "여자 기숙사인 걸 알게 돼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해당 기숙사는 오전 1시부터 4시까지 출입이 통제되고, 낮에도 학생증 등 신분증을 확인해야만 들어갈 수 있도록 돼 있지만 CCTV 확인 결과 이씨는 아무 제재 없이 출입구를 통과했다.
부산대 학생 박모(23∙여)씨는 "사고가 난 기숙사 위치가 학교 외부와 매우 가까운데다 경비실이 기숙사 건물 두 동 중 한 곳에만 있다"면서 "여학생들만 생활하는 곳인데도 평소 남성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등 허술한 관리가 결국 사건을 만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부산대는 "오전 1시부터 4시까지 출입통제시스템을 작동시켰다"며 "출입문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보안 업체에 확인 중"이라고 해명했다. 부산대는 2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사건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논의하는 한편 경비원과 조교 등 기숙사 책임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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