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내란음모 사건 수사는 모든 정치 이슈와 국민 관심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33년 만에 내란음모 혐의가 대두된 것도 충격적인데다, 국가기간시설 파괴 모의가 이루어졌다는 지하혁명조직 회합의 녹취록이 한국일보 특종보도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법원도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 진보당의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속하게 발부했고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냈다. 이 의원 체포동의서가 정부를 거쳐 국회로 넘어오면 처리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의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실과 법리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할 것이다. 정기국회가 오늘부터 시작되지만 국정감사나 민생법안 등 다른 현안들은 거의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내란음모 사건이 아무리 충격적이라고 해서 주요 현안들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 특히 또 다른 국기문란 사건인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는 결코 덮어 둘 수 없다. 만약 적당히 넘어간다면, 국정원이 자신을 향한 칼날을 피하기 위해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렸다는 물타기 논란을 증폭시킬 것이며 국민 통합과 민주 발전에 심대한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외부의 위협세력에 맞서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국정원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야당 정치인과 특정지역을 능멸하는 작업을 했다는 의혹에 분노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왜곡된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왜 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기관은 나라와 국민이 아닌 정권을 위해 일하는 권력의 시녀가 돼서는 안 된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 통합, 사회안정, 민주질서 수호 등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와는 거꾸로 정권의 안위, 국민 분열, 민주질서 침해, 이념대립 증폭 등의 악역을 하고 있다면, 국가 장래를 위해 일대쇄신이 불가피하다. 내란음모 사건도 철저히 수사해 죄가 있다면 엄중히 단죄해야 하지만,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도 결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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