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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연구비 독식… 과학자 저변 확대가 우선"<br>"선진국형 선택과 집중… 외국과의 경쟁 위한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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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연구비 독식… 과학자 저변 확대가 우선"<br>"선진국형 선택과 집중… 외국과의 경쟁 위한 결단"

입력
2013.09.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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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단장에만 거액 지원… 그외 연구자 더 허덕일 판" vs"기존 예산과는 별도 책정 파격 지원이 성과 높일 것"

"단장 심사 비공개도 문제… 억측·특혜·비리 부를 여지" vs"외국인 위원들 소신 평가 연말쯤 명단 공개할 예정"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둘러싸고 과학계가 시끄럽다. 국내 과학사상 전무후무한 '공룡 연구단'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IBS 연구단장은 10년 동안 해마다 30억~120억원을 지원받으며 최적의 환경에서 마음껏 연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혜택은 극히 제한된 과학자에게만 주어진다. 지금까지 19명이 선정됐고, IBS는 50명까지만 채운다는 계획이다. 일부 과학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다.

지난달 말 생물학 정보사이트 '브릭'에 IBS 비판 글을 실명으로 올린 이일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대학 이공계 교수가 1일 한국일보를 통해 IBS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오세정 IBS 원장과 연구단장에 선정된 이영희(나노구조물리연구단장)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가 입장을 밝혔다. 전화와 이메일로 들은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지상대담으로 재구성했다.

이일하교수: IBS는 노벨상을 탈 수 있도록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못 타게 막는다. 노벨상을 배출하려면 때로는 엉뚱해 보이기까지 하는, 창의적이며 기발한 상상을 하는 과학자들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의 저변이 넓고 다양하게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IBS는 오히려 과학자들을 '50명+기타'로 양분해버린다.

오세정원장: 기초 연구가 도약하려면 저변 확대도 중요하지만, 우수 연구자에 대한 특별 지원도 필요하다. 저변 확대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국내 기존 지원 프로그램들이 지금까지 기초 연구 수준 향상에 많이 기여한 건 사실이지만, 양적 성과를 중시하고 단기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IBS는 우수한 연구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장기적, 선도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것이다.

이일하교수: 50명에게 각각 연 100억원 안팎이 지원된다는 사실을 단순 계산으로 따져보면 현재 수만 명이 나눠 쓰는 기초과학 예산의 약 12.5%를 연구 주제 50개를 풀기 위해 투자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다른 연구자들은 연구비 기갈에 고통 받는다. 기초연구 예산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과학자가 연구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고민한다. 과거에 비해 우수한 과학자들이 늘어난 상황이 연구비 지원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증거다. 연구단 50개가 모두 시작되면 유례 없는 연구비 대란 사태가 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오세정원장: 기초연구 예산이 빠듯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력 있는 여러 과학자들이 돈 걱정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게 이상적이지만, 예산의 한계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IBS 때문만은 아니다. IBS가 연구비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다른 연구비의 씨가 말랐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IBS 사업 예산은 기존 기초연구 예산과 별도로 책정되고, 기존 연구 지원 예산은 일부 늘었다.

100억원, 너무 많다 VS 때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과학자(이하 익명): 연구비 100억원은 우리 과학계 현실에서 너무나 큰 규모다.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해 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 과학자도 연 15억원을 받는다. 연구단장은 30억원 안팎을 받고, 산하 그룹 리더를 뽑으면 리더 한 명에 15억원씩을 더 주는 시스템은 과학계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시스템을 수정하면 연구비 규모도 적정 수준으로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오세정원장: 단장 연구비는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디렉터의 연구비 평균이 300만유로(약 43억원)임을 참조해 한국 실정에 맞게 조정했다. IBS 연구단은 선진국처럼 보조연구자와 테크니션, 행정원 등을 고용하는 게 원칙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IBS 연구비에는 이 비용이 포함된다. 우리 과학자들이 외국과의 경쟁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 중 하나가 이 같은 행정시스템 부족이었다. 연구 여건을 외국과 비슷하게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익명: 국내외 학계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인정받아온 많은 과학자들이 IBS 연구단장 선정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우리나라의 연구 업적 평가 시스템에 문제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굳이 평가위원의 절반 이상을 외국 과학자로 구성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 실력은 외국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연구비를 지원하는 단장을 선정하면서 국내 사정을 거의 모르는 외국인에 의존하는 건 문제가 있다.

이영희단장: 국내 톱 클래스 연구자들이 객관적이고 냉정한 국제 사회에서 얼마나 인정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연구 업적 평가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뤄질 ?있다. 실제 선정 과정에 참여해보니 국내 평가위원들은 연구자 개인에 대한 공격성 질문을 많이 했지만, 외국인 평가위원들은 주로 사업단 성격과 학문적 의문점에 관해 물었다. 학연, 지연과 무관한 외국인이 오히려 공정한 평가에 도움이 된다.

심사과정, 불투명하다 VS 공정하다

익명: IBS가 연구단장 심사를 모두 비공개로 하고 있어 온갖 소문이 난무한다. 미국과학한림원 회원이면서 저명한 미국 화학학술지 편집인인 존 발렌타인 교수를 비롯한 많은 외국 과학자들이 IBS의 단장 선정 방법은 비리를 만들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정 기준과 탈락 이유, 평가위원 구성 등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불필요한 오해가 나오지 않는다.

오세정원장: 애초에 익명 보장을 조건으로 외국인 평가위원을 섭외했다. 그래야 소신 있는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사 과정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건 잘 안다. 그래서 평가위원 가운데 본인이 동의한 사람에 한해 연말쯤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일하교수: 지원 규모가 연 7억원 가량인 한국연구재단의 창의적연구진흥사업에 선정되려면 50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이를 위해 쟁쟁한 과학자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지 생각해보면 IBS 단장의 '낙점'으로 연구단 산하 그룹 리더가 되는 과학자들이 연구계획서 한 줄 쓰지 않고 가져가는 2배 이상의 연구비는 부당하다.

이영희단장: 연구단장이 그룹 리더를 마음대로 뽑는다는 건 오해다. 단장이 함께 연구하고 싶은 그룹 리더를 섭외해도 단장이 소속된 학교나 기관의 채용 과정과 IBS 내부의 심사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일하교수: 현재 우리나라 연구비 배분 시스템은 한국연구재단이 설계한 '일반-핵심-도약-창의-국가과학자' 단계로 잘 정립돼 있다. 처음 시작하는 일반연구자 사업에서 1억원 정도 지원 받다가 성과에 따라 점점 연구비가 증가하는 단계로 넘어가며 성장하는 것이다. 지금은 이를 잘 활용해 기초과학 저변을 확대하고 기반을 튼튼히 하는 게 우선인 시기다.

이영희단장: 단장 선정 전엔 기업이나 정부에서 연 평균 20억원 정도의 연구비를 받아왔지만, 정작 연구는 제대로 못했다. 기업은 1년, 정부는 3~5년 단위로 성과를 내라 독촉했다. 단장에게 독립성을 제공하고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게 한다는 IBS의 원칙은 기존 연구 지원 방식과 다르다. 기초연구가 산업계 핵심 기술로 이어지려면 이런 투자가 시작돼야 한다.

익명: IBS는 연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과학 발전은 뛰어난 몇 명만이 모여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과학자들의 부정적 시각이 늘수록 IBS의 발전도 더딜 수밖에 없다. IBS 관계자 대부분이 연구단장 심사를 비롯한 내부 진행 과정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 데다 과학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공식적인 창구도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

오세정원장: 국내 과학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창의적연구진흥사업은 1990년대 말 시작 당시 엄청난 저항에 부딪쳤다. 당시 연구비가 많아야 5,000만원 정도였는데, 수억원을 준다니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했던 것이다. IBS 역시 시간이 지나면 의미 있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과학계 내부와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음은 인정한다. 사실에 근거한 비판은 언제든지 듣겠다.

노벨상 배출·과학강국 모델 삼아 조성기초과학·비즈니스 융합… 대전에 본원

IBS는 어떤 기관

임소형기자

'창조적 연구 환경 조성을 통해 세계적 두뇌가 모이고, 기초과학과 비즈니스가 융합된 국가 성장 네트워크.'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마련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목표다. 과학벨트의 핵심이 바로 기초과학연구원(IBSㆍInstitute for Basic Science)이다. 우리나라 기초연구 역량이 양적 성과에 비해 질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한 과학강국들을 모델로 선진국형 연구기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연구단 50개를 만들고, 그 중 15개는 대전 본원에, 나머지는 국내외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배치하겠다는 게 IBS의 계획이다. 각 연구단은 연간 100억원 안팎의 연구비를 10년 동안 지원받고, 특히 연구단장은 인력 선정과 평가, 처우 등 연구단 운영에 전권을 갖는다.

2011년 대전이 과학벨트 입지로 선정된 뒤 부지 매입비 부담을 놓고 정부와 대전시가 신경전을 벌이면서 과학벨트와 IBS 사업이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 들어 미래창조墟克寬?IBS 본원을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에 입주시키기로 결정하고 IBS의 핵심 연구시설인 중이온가속기 부지 비용 약 4,000억원을 추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사업은 다시 속도를 내게 됐다. IBS 본원은 약 3,000억원을 들여 2016년까지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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